2026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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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화라는 이름의 유혹

땀이 흥건한 요가원에서 강사가 나지막이 말합니다. “호흡을 최적화하십시오.” 얼핏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 한마디는 사실 수천 년 전통을 지닌 요가 수련에 비교적 최근에 끼어든 낯선 손님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실린 구루 마다반(Guru Madhavan)의 기고문은 바로 이 장면에서 출발해, 현대인이 자신의 몸을 하나의 정밀기계처럼 여기게 된 사고방식의 뿌리를 되짚습니다.

운동량과 수면 시간, 섭취 칼로리를 숫자로 관리하고 웨어러블 기기로 심박과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몸을 정교하게 조율하면 언제까지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건강과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각종 항노화 제품과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몸을 기계로 본 400년의 역사

기고문에 따르면 이러한 발상의 뿌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의 의학자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는 1628년 저서에서 심장을 펌프에, 혈액 순환을 하나의 순환 고리에 비유하며 신체를 기계로 이해하는 관점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동물의 몸을 자동인형(automata)에 견주었고,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역학 법칙은 뼈와 인대의 움직임조차 수학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발상에 힘을 실었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의사 라 메트리(Julien Offray de La Mettrie)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사고와 감정도 물질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며, 20세기 초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은 공장 노동자의 생산성 관리 기법을 인간의 몸 전반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이 같은 환원주의적 접근은 인류에게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주었기에 그 한계를 간과하는 경향을 낳았다고 기고문은 짚습니다.

다만 기고문은 이러한 기계론적 은유가 막힌 동맥을 치료하거나 손상된 관절을 교체하는 것처럼 특정한 의료 상황에서는 유용할 수 있어도, 삶 전체를 이끄는 근본 원리로 삼기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진화의학의 선구자인 랜돌프 네스(Randolph Nesse)는 이러한 착각을 암묵적 창조론(tacit creationism)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 몸이 마치 정밀한 설계도에 따라 오차 없이 제작된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쌓인 ‘타협’의 산물이라는 뜻입니다. 후두로 가는 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이 굳이 가슴까지 내려갔다가 대동맥을 돌아 다시 올라오는 비효율적인 경로를 갖게 된 것도, 시신경이 망막을 빠져나가는 자리에는 광수용체가 없어 이른바 맹점이 생기는 것도, 아기의 머리와 어깨가 좁은 산도를 지나야 하는 출산의 고통도 모두 그러한 진화적 타협의 흔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역시 신경계·면역계와 긴밀히 신호를 주고받는데,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이 신호 체계를 교란하면 가라앉아야 할 염증 반응이 오히려 길게 이어지는 사례도 몸이 지닌 복잡한 연결망의 한 단면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요가 수련이 뿌리를 둔 고대 인도 철학(상키야 철학)은 몸과 마음이라는 물질적 영역과 이를 지켜보는 순수한 의식을 구분하며, 인간을 단순한 신체적 과정으로 환원하는 것에 오히려 저항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결과를 향해 몸을 다그치기보다 관찰과 깨달음 그 자체를 소중히 여겨온 전통인 셈입니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이러한 지적은 시니어 세대에게 특별한 울림을 줍니다. 나이가 들며 관절이 예전 같지 않고 각종 건강 지표가 젊은 시절과 달라졌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고장’이나 ‘실패’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몸이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일부 항노화 제품과 극단적인 건강관리법이 ‘젊음의 회복’과 ‘완벽한 최적화’를 앞세워 시니어 소비자를 파고드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계론적 환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는 불필요한 불안과 과소비, 때로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으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정밀한 진단과 치료의 혜택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전문의의 진료는 여전히 중요한 삶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숫자만으로는 환원할 수 없는, 오랜 경험과 삶의 지혜를 쌓아 온 시니어 자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몸을 부품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완벽한 최적화보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차분히 귀 기울이는 절제된 균형 감각이야말로, 오랜 세월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려 온 시니어 세대가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지혜일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몸에 대한 겸허한 이해와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합리적인 도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라 하겠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