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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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신화, 다시 짚어볼 때가 되었습니다

홀로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른 인물의 서사는 예나 지금이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혼자 힘으로 일어섰다”는 표현은 성공한 인물을 수식하는 가장 흔한 찬사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학계의 연구는 이러한 통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능력만으로 성과를 완성한 사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뛰어난 성취 뒤에는 예외 없이 촘촘한 조력의 관계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크워스 교수가 밝힌 고성과자의 공통 습관

심리학자이자 저술가인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기고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고성과자들은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의 재능이나 노력만으로 돌리지 않고, 곁에서 힘을 보탠 조력자들에게 공을 돌리는 공통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필요한 순간 주저 없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행동 양식이라는 것이 더크워스 교수의 분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구하는 행위를 자신의 약점이나 능력 부족의 증거로 여기고 이를 꺼립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보여줍니다. 적절한 시점에 정확히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고도의 자기 인식과 전략적 판단력을 요구하는 역량이며, 오히려 성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도움 요청을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

그렇다면 왜 많은 이들이 도움을 청하기를 주저하는 것일까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을 곧 실패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저항에 있습니다. 그러나 더크워스 교수가 관찰한 고성과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주변 전문가와 동료의 경험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이러한 겸손하면서도 능동적인 태도는 개인의 역량을 여러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동력이 되었으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높은 목표에 다다르게 하는 실질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 시니어 사회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세월 “자식이나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문화적 전통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절제와 책임의 정신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가치입니다. 그러나 그 정신이 지나쳐 은퇴 이후의 새로운 도전이나 재취업, 사회 참여의 문턱에서조차 도움을 청하기를 꺼리는 태도로 이어진다면, 이는 오히려 시니어 세대가 보유한 경험과 지혜가 사회 속에서 온전히 발휘되는 길을 스스로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의존이 아니라, 공식적이고 검증된 채널을 통한 합리적인 도움 요청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중장년 재취업 지원 기관, 평생학습 프로그램, 그리고 동년배 간의 재능 나눔과 멘토링 네트워크는 바로 이러한 목적을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남은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의 자립 정신과 합리적 도움 요청의 균형

물론 도움을 청하는 태도가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미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습관적으로 타인에게 의탁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사회의 건강한 질서를 동시에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키되, 자신의 한계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검증된 통로를 통해 도움을 구하는 균형 감각입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책임과 절제의 가치와, 시대가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의 자세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 시니어 세대는 비로소 후반생의 무대에서 더욱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