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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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 “여자 청소년 자살률, 남자 청소년보다 가파르게 늘어”… 스마트폰과 SNS가 지목된 이유

뒤집힌 통계가 던지는 경고

미국에서 10대 소녀들의 자살률이 같은 또래 소년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뉴욕포스트는 2026년 9월 11일 자 보도에서 미국의사협회(AMA)가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실린 새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은 현재 미국 10~14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 가운데 두 번째를 차지하며, 2007년부터 2021년 사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성별 흐름입니다. 역사적으로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습니다. 그런데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19세 여자 청소년의 자살률 증가 폭은 남자 청소년의 증가 폭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통계의 경향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보고서 저자인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진 트웬지(Jean Twenge) 교수는 그 배경으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조기 사용, 그리고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를 꼽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사회적 관심은 앤드루 테이트로 대표되는 이른바 ‘매니스피어(manosphere)’, 즉 남성 우월 담론을 퍼뜨리는 온라인 공간이 소년들에게 끼치는 해악에 집중돼 왔습니다. 트웬지 교수는 그 사이 소녀들이 소셜미디어의 유해 콘텐츠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졌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좋아요’가 매기는 몸의 값

트웬지 교수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2019년 무렵까지 청소년 자살률, 특히 여자 청소년 자살률이 치솟은 배경에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있었다는 점이 매우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소셜미디어 사용은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서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와 더 강하게 연결되며, 이 연령대는 2020년 이후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친구를 직접 만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은 줄어들었습니다. 트웬지 교수는 지난 8월 메타를 상대로 열린 연방법원 재판에서 원고 측 전문가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래 사이의 압박과 따돌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것이 숫자로 환산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누가 더 인기 있는지가 막연한 느낌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팔로워 수와 게시물의 ‘좋아요’ 개수가 서열을 매깁니다. 트웬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기가 숫자가 됐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소녀들의 경우 이 숫자가 성적으로 대상화된 외모, 곧 얼마나 노출했느냐와 맞물리는 일이 잦다는 점입니다. 트웬지 교수는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앱이 10~14세 소녀들에게 이른바 최악의 폭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메타와 스냅챗, 틱톡 측은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물론 학계에는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정신건강의 관계가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로 확정됐는지를 두고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가정 불화, 학업 압박, 경제 여건 등 복합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위험 신호가 이처럼 반복해서 확인되는 상황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은 책임 있는 어른의 태도라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 1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수년째 자살입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역시 꾸준히 사회적 과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해외에서는 호주가 2025년 12월부터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했고, 우리나라도 2026년 3월부터 초·중·고교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개정 법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학교가 울타리를 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른이 먼저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만으로 아이의 마음까지 지킬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지키는 첫 번째 안전망은 언제나 가정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시니어 세대의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스마트폰 없이도 친구들과 어울려 뛰놀며 자랐고, 자녀를 길러 낸 경험을 지닌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손주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 손주의 사진을 보며 외모 대신 성실함과 배려를 칭찬해 주는 일, 화면 대신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은 거창하지 않지만 힘이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말수가 줄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손주가 있다면, 나무라기보다 먼저 곁에 앉아 주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술 자체를 배척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이되 아이의 나이와 성숙도에 맞는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것, 그리고 이윤을 좇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마땅한 책임을 묻는 것이 균형 잡힌 해법입니다. 숫자로 매겨질 수 없는 존귀함을 아이에게 일깨워 주는 일, 그것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하실 곳

▷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24시간)
▷ 청소년상담전화: 1388
▷ 스마트쉼센터(스마트폰 과의존 상담): 1599-0075
▷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자살보도 권고기준 반영: 제목에 ‘자살’ 표현을 배제하고, 방법·수단 등 구체 정보는 다루지 않았으며, 말미에 상담 연락처를 병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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