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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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시선이 새로운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장수(長壽)’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초부유층은 지난 25년 동안 장수 과학과 노화 연구 분야에 50억 달러(약 6조 8,5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몇 년 더 사는 것이 아니라, 100세 이후에도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칼럼에서는 초부유층이 왜 장수 과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이 흐름이 일반 대중과 특히 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함의를 주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초부유층의 새로운 투자처, ‘시간’

부자가 된 사람들은 결국 더 이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탐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 피터 틸,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 유명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슨과 유리 밀너 같은 인물들은 노화 연구에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틸이 후원하는 재단과 벤처기업들은 7억 달러(약 9,590억 원) 이상을 모았으며, 비노드 코슬라와 같은 투자자도 10억 달러 이상을 장수 스타트업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들의 자금은 세포 재생 연구, 노화 억제 약물 개발, 장내 미생물과 식습관을 통한 건강 관리, 심지어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건강검진 서비스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 있습니다.

실패와 도전의 반복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2013년 이후 3억 5천만 달러(약 4,863억 원)를 모금했지만, 약물 임상에서 연달아 실패했고 결국 해산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패에도 불구하고 초부유층은 물러서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노화 연구는 장기적 관점에서 언젠가 반드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사 역시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지금의 의학적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건강 수명을 연장하려는 다양한 시도

장수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 수명(health span)을 늘리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70세, 80세, 심지어 90세에도 활발히 일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세포 재프로그래밍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알토스 랩스는 무려 30억 달러(약 4조 1,100억 원)를 투자받았으며,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스타트업들은 노화 세포를 제거하거나, 염증 반응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건강 보조제와 생활습관 관리 분야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주목해야 할 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런 변화가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점입니다.

첫째, 의료 접근성의 확대입니다. 지금은 초부유층의 자금으로 시작된 연구이지만, 의학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대중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MRI나 로봇 수술도 처음에는 일부 특권층만 이용했지만, 이제는 많은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둘째, 예방 중심의 건강 관리가 강화될 것입니다. 노화를 늦추기 위한 연구는 대부분 생활습관과 식이요법, 운동 관리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장수 연구가 발전하면, 개인 맞춤형 예방의학 서비스가 보편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새로운 불평등의 가능성입니다. 장수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초기에는 고가의 서비스로 제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유층은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반면, 일반 대중은 그 혜택을 늦게 누리거나 제한적으로만 경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한국 사회와의 연결점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5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 수명은 이에 미치지 못해 노년기 삶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장수 연구가 성과를 낸다면, 한국 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당뇨병·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면, 노년층의 삶은 훨씬 더 활기차고 독립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시니어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의 발전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실천을 하는 것입니다.

ㆍ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ㆍ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ㆍ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
ㆍ사회적 교류와 정신적 활동 유지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 습관은 장수 과학의 연구 방향과도 일치합니다. 초부유층이 투자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결국 확인해 주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기본적인 건강 습관이 가장 확실한 장수 비법이라는 점입니다.

맺음말

초부유층의 장수 투자는 단순히 부자들의 호사스러운 취향이 아닙니다. 그들이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은 결국 인류 전체의 건강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불평등과 윤리적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는 이러한 흐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다가올 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결국 장수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