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10-24-0600#152

― 기술이 금융의 본질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

21세기 금융시장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분야에 4,000억 달러(약 560조 원)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 투자가 미래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금융시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마법의 수익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에 대해, 오랜 기간 금융시장을 관찰해온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기술이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이 만들어온 금융의 본질적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역사는 언제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로 시작된다

금융시장의 거품은 늘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구호 아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8세기 초 영국의 사우스시 버블(South Sea Bubble)부터 1929년 대공황,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시장은 기술과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같은 순환을 반복해왔습니다.

언제나 인간은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FOMO: Fear of Missing Out)에 이끌려 투자 열기에 가담했고, 결국 시장은 한계점에 다다르면 폭발하듯 무너졌습니다.

인공지능이 주식시장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지금도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을 반복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에서 탐욕과 불안의 심리 구조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사결정 구조와 심리적 편향에 있습니다.

“합리적 비합리성”이 지배하는 시대

오늘날의 시장은 과거처럼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자금이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위탁 형태로 움직입니다. 이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리스크 모델을 적용하며,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철저히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 속에서도 “합리적 비합리성(rational irrationality)”이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펀드매니저는 단기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습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상승 종목의 비중을 늘리고, 하락할 때는 위험 자산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 가치보다는 **단기 모멘텀(가격 추세)**에 의존하게 되고, 시장 전체가 상승할 때는 거품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즉, 시장의 모든 구성원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결과는 비합리적 과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I는 시장의 ‘진짜 실력’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인공지능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는膨대한 데이터와 패턴 분석을 통해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평가하고, 단순한 ‘운’이 아닌 진정한 실력(skill)을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됩니다.

옥스퍼드대의 연구팀은 실제로 30년에 달하는 투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매니저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각 펀드매니저의 수익률을 시장지수와 비교하는 기존 방식보다 한층 정교합니다. 예를 들어, 매니저가 특정 산업의 회복 시점을 정확히 예측했는지, 위험 대비 수익률이 일관성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투자자(소유주)는 펀드매니저의 진짜 역량을 구분할 수 있고, 매니저는 불필요한 단기 실적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지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AI도 인간의 욕망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AI의 도입은 시장 분석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거품의 본질적 순환을 멈추게 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시장의 거품은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하더라도, 그것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결국 인간입니다.

실제 투자 현장에서는 AI 모델이 “이 주식은 과대평가되었다”고 경고하더라도, 매니저는 “시장은 아직 상승세이니 조금 더 보자”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AI는 ‘조언자’에 머물 뿐,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주는 교훈 ― 데이터보다 ‘이성의 힘’을 믿어야

시니어 세대가 이 논의를 흥미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AI 시대의 투자 환경은 ‘정보의 속도’보다 ‘판단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둘째, 연금과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세대일수록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안정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AI는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AI가 만들어내는 초단기 거래와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감정의 균형이야말로 진정한 투자 실력입니다.

AI가 시장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 통찰은 인간의 몫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은 ‘게임 체인저’로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시장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통찰과 절제가 진정한 핵심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혁신은 언제나 인간의 감정과 결합할 때 양날의 검이 되어왔습니다.

주식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I가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수치로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떤 철학으로 투자하는지는 계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품격을 길러야 합니다.

AI가 제공하는 분석 결과를 맹신하기보다, 그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적 독립성이 필요합니다.

AI 시대의 투자자에게 보내는 조언

시장은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실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겠지만, 시장의 사이클, 즉 탐욕과 공포가 반복되는 인간의 본성적 주기를 제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AI 투자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데이터를 믿되, 맹신하지 마십시오.

기술을 활용하되, 스스로의 판단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AI가 보여주는 수많은 그래프와 숫자 뒤에는 여전히 인간의 심리가 작용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투자란 기계의 계산이 아닌 인간의 통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