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2일
9-19-1800

– 一気飲み (いっきのみ, 이키-노미, 원샷, Playing to Your Peers)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 사회는 여전히 봉건적이었으며, 개인의 자유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생활 거의 모든 측면, 심지어는 개인적 행동의 세부사항까지도 법과 관습에 의해 통제되었습니다.

사회학자 마쓰모토 미치히로(松本通晴)의 표현을 빌리면, 일본인은 마치 개미와 같아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프로그램된 존재였으며, 이를 훼손할 만한 어떤 행동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미리 정해진 역할에 맞추어 길러졌고, 극소수의 용기 있는 개인만이 대중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1945년부터 1952년까지 이어진 연합군(미국 중심)의 일본 점령과 봉건적 법률의 철폐는 일본인의 사고와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즉각적이고 심오한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미군이 보여준 개인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특히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통적 문화는 너무나도 강력하여 지금까지도 개인의 자기표현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일본 청년들이 이러한 억압적인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一気飲み (いっきのみ, 이키-노미, 원샷, Playing to Your Peers), 즉 ‘원샷 폭음’입니다. 이는 술을 한 번에 들이키며 만취 상태에 이르는 행동으로, 파티에서 사람들이 “いっき!いっき!”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부추깁니다. 결국 술자리는 참여자들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쓰러지고 토할 때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음주 행위는 다른 사회에도 흔히 존재하며 특히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평소 격식과 절제를 중시하는 태도와 극명히 대비되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술자리에서 상대방에게 과음을 강권하는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축하연, 회식, 술집이나 클럽 방문 시 흔히 볼 수 있으며, 외국인 방문객들도 이 풍습에 휩쓸려 호스트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의사의 지시로 술을 마실 수 없다”라고 설명하면 예외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일본 비즈니스 세계에서 심각한 핸디캡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억지로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일본인은 유독 알코올 분해 효소 결핍자가 많은 민족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어떤 변명을 해도 지나치게 열성적인 주최자들은 거의 물리적으로 강제로 술을 권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을 방문하는 절주가나 금주가는 언제나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우월한 유전자를 공개하면서 “いっき!いっき!” 대열에 끼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본에서는 우리네 직장 문화보다도 쉽게 예외로 인정해 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못된 일본 문화는 예외 없이 우리나라에도 전파되고 만연해서 술 못 먹는 저의 직장 생활 38년을 내내 괴롭히는 악몽이 되었습니다. 그때 끝을 보자고 강권하며 괴롭히던 대표적인 데몬 여러분이 계셨는데,  몇몇 분은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또 다른 여러분은 건강 악화로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음을 보면, 업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갖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