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겪는 경기 불확실성이 미국 20대의 소비 인식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일상 속에서 커다란 심리적 동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2025년 5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기 둔화 조짐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며, 20대 초중반의 청년들 사이에서는 커피 한 잔, 외식 한 번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소비 망설임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가 인상 앞에서 주춤하는 소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거주하는 한 20대는 아침 베이글을 사러 갔다가 “모든 메뉴가 최소 1달러 인상됐다”는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익숙한 가격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현실은 단순한 계산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경제적 자립을 갓 시작한 젊은층에게 이는 단지 ‘물가’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받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결혼도, 주택도, 잠시 멈춥니다”
실제로 한 20대 중반 남성은 연인과의 결혼 계획을 미뤘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대출을 다 갚지 못한 상황에서, 웨딩 예산과 신혼집 마련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지만, 돈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애틀랜타에서 주택을 구매하려 했던 또 다른 청년도 금리 인상과 지역 내 집값 급등으로 인해 계약을 보류했습니다. 대신 지출 항목을 재조정하고, 외식이나 여가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부터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쓰는 것조차 판단이 필요해졌어요”
공연 티켓, 휴가 여행, 레저 활동 등은 이전 세대라면 즐겁게 소비했을 항목이지만, 지금의 청년층은 “이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고 합니다.
한 청년은 “비행기를 타고 도쿄 여행을 갈 계획이었지만, 환율과 항공료를 따져보니 고민이 많아졌고,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들 중 일부는 결국 포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재정적 자율성과 불안정한 미래 사이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아비게일 세이거 교수는 “재정적 판단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자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지금의 20대는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반면, 실질적인 자립 환경은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이거 교수는 “소득이 적더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소비에는 지출해도 좋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소비가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 시대의 ‘새로운 돈 감각’
이번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비단 미국 청년층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청년층과 시니어층 모두 ‘돈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에는 ‘돈이 있으면 쓴다’, ‘없는 건 못쓴다’는 단순한 논리가 통했지만, 이제는 ‘왜 이 소비를 하는가?’, ‘지금 아니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