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서기(Arabic script)는 아랍인의 3,000년 역사에서 정체성 구축, 제국 통치, 학문 발전을 추동한 핵심적인 정보 기술로서, 기술 및 정보라는 더 큰 맥락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논의됩니다. 아랍어 서기의 발전은 구술 문화 중심이었던 아랍 사회를 문명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문자 혁명(writing revolution) 그 자체였습니다.
1. 문자 혁명의 시작: 쿠란(Qur’an)
아랍어 서기의 등장은 이슬람과 쿠란의 출현이라는 사건을 통해 아랍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 최초의 아랍어 책: 쿠란은 최초의 아랍어 책이었으며, 이는 아랍 세계의 근본적인 텍스트가 되었습니다.
- 언어의 가시화 및 합법화: 쿠란의 등장은 아랍어와 그 사용자들을 ‘읽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legible, visible) 존재로 만들었으며, 아랍 세계를 ‘역사적 현재’로 진입시키고 광대한 제국을 건설할 에너지를 얻게 했습니다.
- 구술에서 기록으로의 전환: 쿠란의 첫 계시(‘iqra’, “낭송하라!”)는 구술 텍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어지는 구절에서 “펜으로 가르치신 주님”을 언급하며 쓰기와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로써 아랍어 서기는 고대의 구술적, 주술적 세계와 기록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결합했습니다.
- 기록의 시작: 무함마드 자신은 문맹이었을 수 있지만, 그는 글쓰기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를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국가 문서 작성을 위해 서기(scribes)들을 임명했습니다. 쿠란의 계시는 나뭇잎, 뼈, 가죽 조각, 돌, 파피루스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에 기록되었습니다.
- 체계적인 기록: 메디나 시대에 기록은 체계화되었고, 무함마드는 종종 “계시의 서기들”에게 쿠란 구절을 구술했습니다. 심지어 무함마드의 기억에서 지워진 구절을 서기가 다시 알려준 사례도 있었으며, 이는 기록된 버전이 라이브 공연과 협력했음을 보여줍니다.
- 문해력 촉진: 무함마드는 바드르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이교도들에게 메디나 소년 열 명에게 글을 가르치는 조건으로 몸값을 면제해 주었으며, 이는 문해력 증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2. 제국 통치와 행정 언어로서의 서기
통일된 아랍어 서기는 제국을 통치하고 광대한 영역을 하나로 묶는 행정적 정보 기술의 역할을 했습니다.
- 행정 언어 채택: 서기 700년경, 우마이야 칼리프 압둘 말리크는 제국의 행정 언어를 그리스어와 페르시아어(팔레비어)에서 아랍어로 변경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결정은 아랍어가 라틴어처럼 쇠퇴하는 것을 막고 “문명과 과학의 언어”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빠른 아랍화: 이 “급작스러운 결정”은 제국과 주민들을 놀라운 속도로 아랍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아랍어는 “새로운 라틴어”가 되었습니다.
- 새로운 서체와 효율성: 행정 업무량의 급증은 새롭고 둥근 형태의 흘림체 서체(cursive script)가 개발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다른 어떤 서체보다 빠르게 쓸 수 있었습니다.
- 문자 혁명의 완성: 쿠란의 기록(1단계), 행정의 아랍어화(2단계), 그리고 이후 8세기 후반에 도입된 종이 제조술(3단계)이 결합되어 아랍 세계의 문자 혁명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로써 아랍어는 지식과 사상의 대량 생산 및 보급 시대를 열었습니다.
3. 학문 및 지식의 링구아 프랑카
아랍어 서기는 제국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외부 지식을 흡수하며, 학문적 사유를 위한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 어휘의 폭발적 증가 (번역 운동): 초기 아바스 왕조 시대에 그리스어, 콥트어, 페르시아어, 산스크리트어 등 고대 문헌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대규모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아랍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확장하고, 아랍-이슬람 문명이 지적인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 새로운 표현 매체 (산문): 번역 운동의 결과로 **운율이나 압운이 없는 순수 산문(plain prose)**이 아랍어 문학에 등장했으며, 이는 지식인들이 사고하고 기록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표현 형식을 제공했습니다.
- 언어 과학의 탄생: 행정상의 필요성 때문에 아랍어의 복잡한 체계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문법, 구문론, 문헌학 등의 언어 과학이 아랍에서 최초의 형식 과학으로 발전했습니다.
- 사고의 기반: 이러한 언어 과학은 아랍적 사고방식의 근본을 형성했습니다. 한 철학자는 “구문론은 아랍인들의 논리이며, 논리는 이성(Reason)의 구문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 문화적 결속: 아랍어 서기는 언어와 문화가 정치적 경계를 넘어 수 세기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결속력을 제공했습니다. 아랍 서기는 “제2의 라틴어”가 되어 문화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습니다.
아랍어 서기 기술은 아랍 문명에 정체성, 통치력, 지식을 제공한 근본적인 정보 기술이었으며, 그 중요성은 군사적 승리나 정치적 통일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