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하리(hadari)는 아랍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용어는 주로 ‘정착민’ 또는 ‘정착된 사회’를 의미하며, 그에 대응하는 명사형 하다라(hadarah)는 흔히 ‘문명(civilization)’으로 번역됩니다. 하다라는 사람들이 정착지, 곧 도시(Latin: civitas, Greek: polis)에 함께 모여 살아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 개념은 바다위(badawi, 베두인)와의 대조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다위는 정착된 정치적 체계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역동적인 유목민을 지칭하며, 그들의 기본 제도는 습격과 정복(ghazw)이었습니다. 이는 성경 속 카인과 아벨, 곧 정착 농경인과 이동 목축인의 오래된 대비 구조와도 유사합니다. 실제로 꾸란의 한 구절에서도 ‘정착민(peoples)’과 ‘베두인 부족(tribes)’이 함께 언급되며, 이 두 체계가 얽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14세기 역사가 이븐 할둔(Ibn Khaldun)은 아사비야(’asabiyyah, 집단 연대)를 바탕으로 유목 부족이 군사적 힘을 얻어 정착 국가를 장악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왕조가 정착하면 안락한 생활로 인해 힘이 약화되어 결국 새로운 유목민에게 정복당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바다위와 하드하리의 관계는 단순히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아시스, 시장(suq), 대상 숙소(caravanserai), 성지 순례지와 같은 접점에서 끊임없는 대화와 상호작용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하드하리 사회는 샤브(sha‘b, 민족)와 긴밀히 연결되었습니다. 샤브가 비교적 정적인 정치 사회를 뜻하는 반면, 카빌라(qabilah, 부족)는 비정치적이고 역동적인 체계로 묘사됩니다. 꾸란은 이 둘의 모호한 관계를 “서로 알게 되리라(li-taʿārafū)”라는 구절로 표현하며, 이는 접촉과 구별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내포합니다. 즉, 단합의 가능성과 분열의 위험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하드하리 사회의 중요한 특징은 안정성(stability)이었습니다. 반면 바다와(badawah, 유목 생활)는 이동성을 촉진하였으나, 정치적·사회적 분열(fragmentation)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고대 사바(Saba)와 힘야르(Himyar) 문명은 이러한 정착 사회의 전형으로, 마립댐(Marib Dam)과 같은 수리 시설을 통해 농업을 기반으로 번영했습니다. 정착민 사회와 유목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유목민화되거나, 반대로 유목민이 정착 사회로 흡수되기도 했습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정착민(hadar)과 유목민(badw)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이슬람의 확산과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슬람은 두 집단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 질서를 세웠습니다. 압바스 왕조 시대에 들어서면서 하다라는 다양성을 수용하며 공존하는 정착된 삶을 의미하게 되었고, 카빌라는 점차 주변적인 존재로 축소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사회는 더 이상 혈통 중심의 부족 체계가 아니라, 이슬람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발전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베두인들은 ‘사라져 가는 종족’으로 여겨지지만, 그들의 생활 방식은 여전히 아랍 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예컨대 하드라모트(Hadramawt) 지역의 베두인들은 정착민을 경멸적으로 ‘마사킨(masakin, 불행한 자들)’ 혹은 ‘하르탄(hirthan, 생계를 위해 일하는 자들)’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유목민이 땅을 경작하지 않고 목축, 운송, 약탈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무역마저 경멸하던 태도를 반영합니다. 오늘날에도 카타르나 두바이 같은 도시 환경에서 ‘시인 왕자들’이 영웅적 베두인 정체성을 기념하고, ‘사막 향수(desert nostalgia)’가 문화적으로 깊이 남아 있는 것은 그러한 전통의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하드하리는 아랍 사회의 정착된 문명적 측면을 대표하며, 유목적 바다위와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긴장 속에서 아랍 역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 개념은 사회 조직, 정치 체계, 언어, 정체성 등 아랍 문화의 여러 층위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