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사람들 간의 관계가 점점 느슨해지고, 소속감조차 사치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진정한 공동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보게 됩니다. 이 질문의 해답을 우리는 성경 속 한 단어, ‘코이노니아’(Koinonia)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코이노니아는 단순한 교제나 만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친교’, ‘나눔’, ‘참여’, ‘동반자 관계’를 모두 포괄하는 깊은 공동체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신약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인 초대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 42~47절에서는 초대 교회의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떡을 떼며, 자신의 소유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삶 전체를 함께하는 영적이고 실천적인 연대를 의미합니다. 또한 바울과 그의 동역자들이 생계를 위해 함께 노동하며 공동체를 유지했던 모습도 코이노니아의 구체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이노니아의 핵심은 ‘함께 사는 삶’입니다.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에서 출발하여,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상호 나눔, 공동체의 일에 기꺼이 참여하는 연대, 그리고 책임감 있는 헌신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수직적 신앙과 수평적 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단절의 문화 속에 있습니다. SNS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코이노니아의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단순히 교회 안에서의 활동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흥미롭게도, ‘코이노니아’라는 단어는 오늘날 일부 카페, 미용실이나 브랜드명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통’과 ‘나눔’을 상징하는 이 단어가 점차 일상 언어 속에 자리 잡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가 단지 마케팅 용어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서 실제로 실현되는 공동체의 정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코이노니아는 과거의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유효한 가치입니다. 진정한 공동체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삶을 나누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가 이 코이노니아의 정신을 품고 살아간다면, 조금 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