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주를 둔 조부모와 부모 세대에게 드리는 조언
요즘 아파트 단지나 동네 공원에서 손주를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한편으론 흐뭇하지만, 가끔은 낯선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 아이는 왜 저렇게 버릇이 없지?’ 하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 어머니의 사연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섯 살과 세 살짜리 아이를 둔 이 어머니는 이웃집 형들, 여덟 살과 아홉 살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보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많은 형들과 노는 것이 자극이 되고, 다양한 놀이를 배울 수 있어 긍정적으로 여겼지만, 곧 문제 행동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거칠고 무례한 언행, 물건을 던지고 망가뜨리는 행위, 그리고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놀리는 행동까지.
이 어머니는 이런 모습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손주를 돌보시는 시니어 독자 여러분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누구와 어울리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감시’가 아닌 ‘관찰’과 ‘개입’의 균형
우리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놀면서 사회성을 배우길 원합니다. 그러나 놀이의 장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반드시 어른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 개입은 결코 감정적인 제지나 판단이 아니라, 명확한 ‘경계’와 ‘기준’을 세워주는 역할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에서는 이런 행동은 하지 않아.” “여기에서는 서로를 존중해야 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아주 분명하고 안정적인 메시지가 됩니다. 이는 우리 세대가 어릴 적 들었던 “예의”와 “질서”라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조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요즘은 조부모가 아이들의 돌봄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른 집 아이들과 노는 게 싫다’는 식으로 단호하게 막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이웃 아이들의 행동이 도를 넘어설 경우에는 해당 부모와 조심스럽게, 그러나 정중하게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 세대는 과거에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는 말로 아이들 문제를 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서 발달, 언어 습관, 사회성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대입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곧 어른들의 세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칼럼을 마치며
손주가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가치와 행동을 배우는지도 함께 지켜보는 것이 어른의 몫입니다. 아이가 받아들여야 할 것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려주는 것이 사랑이며, 그 선을 지켜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는 큰 안정감을 느낍니다.
무조건적인 간섭도, 무관심도 아닌 ‘따뜻한 경계’—이것이 요즘 시대에 필요한 어른의 품격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