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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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 하나가 뭐 그리 대수입니까?

여름 저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 앞에 의자를 내놓고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풍경. 우리나라의 골목 풍경에서도 익숙한 이 장면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도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를 ‘토만도 엘 프레스코(tomando al fresco)’라고 부르며, 무더운 낮을 피해 밤공기를 즐기는 삶의 지혜이자 소통의 문화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의 작은 마을 **산타 페(Santa Fe)**에서는 이 엘 프레스코 문화가 뜻밖의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섯 명의 노년 여성들이 저녁 시간 거리에 나와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경찰이 찍어 SNS에 올린 것입니다. 경찰은 “공공장소를 점거하지 말아달라”며 규제를 강조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노인들이 저녁 바람 쐬는 게 뭐가 문제냐”

“의자 하나 꺼내 앉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냐”

이러한 비판이 SNS를 통해 퍼졌고, 급기야 산타 페 시장까지 나서 “누구도 어르신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담소 나누는 걸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여유에 대한 철학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때로는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잃고 사는 건 아닐까요?

우리 시니어 세대에게는 이처럼 소소한 일상이 바로 삶의 가치입니다. 한여름 저녁, 집 앞 의자 하나에 기대어 나누는 이웃과의 한 마디, 멀리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 모두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짜 행복’입니다.

이제 우리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노인이 거리에 앉았다고 ‘단속’의 대상이 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요? 오히려 이런 문화가 더욱 장려되고, 젊은 세대도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될 수는 없을까요?

의자 하나가 뭐 그리 대수입니까. 그 의자 위에 놓인 것은 시니어의 삶, 존엄, 그리고 인생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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