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합 데이터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건강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누가 접근하며, 어디까지 공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던졌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보건 데이터를 통합하는 대규모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감염병, 법의학, 환경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각각 따로 운영되어 왔지만, 이제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타당해 보입니다. 환자가 겪는 증상을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고,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이 계획은 분명 공중보건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바로 ‘개인의 건강 정보가 얼마나,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유되느냐’는 부분입니다.
많은 미국 주정부와 지역 보건당국은 이 계획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가 연방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갈 경우, 주정부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 정보는 매우 민감한 영역입니다. 암, 정신질환, 전염병 이력 등은 단순한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사적인 기록입니다. 이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심지어 AI나 알고리즘으로 분석할 경우, ‘정보의 효율성’이라는 명분이 개인의 권리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는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합니다. 고혈압, 당뇨병, 치매 등 만성질환을 앓는 분들이 많은 시니어 세대는 의료 기록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러한 통합 시스템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정작 그 정보를 어떻게, 누구와 공유하는지는 본인의 통제 밖이라는 점에서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는 도구입니다. 잘 쓰면 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오용되면 사회적 낙인을 찍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CDC의 통합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건강 시스템을 원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각자의 권리와 사생활도 반드시 존중받아야 합니다. 기술의 진보가 인권을 앞서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