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주최한 ‘어린이 온라인 안전 워크숍’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인터넷 속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뜻깊은 주장이 오갔지만, 그 바탕에는 매우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family values)’가 강조되는 새로운 정치적 흐름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온라인에서 어린이들이 겪을 수 있는 유해 콘텐츠, 개인정보 노출, 성적 착취와 같은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발언자들은 엄격한 규제와 부모의 통제 강화를 통해 이러한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우리 세대에겐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디지털 이전 세대인 우리가 자녀를 키울 때도 TV, 만화책, 심지어는 록 음악까지 ‘아이에게 유해하다’며 경계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대상이 유튜브, 틱톡,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갔을 뿐, 논의의 구조는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 FTC의 행보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보호’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 규제 방향 자체를 ‘보수적 가치관‘으로 틀어잡으려는 움직임이 함께 감지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하나님의 뜻’, ‘기독교적 윤리’, ‘성경적 가족 가치’ 등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는 표현의 자유와 기술 혁신을 중시하는 다른 목소리들을 배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처럼 특정 정치 성향이나 종교 가치가 정책 결정에 깊숙이 개입되면, 자칫 ‘보호’라는 명분이 검열이나 자율성 침해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일수록, 규제는 더욱 섬세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접근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입니다. 디지털 세계 속에서 아이들과 손주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은 세대를 막론하고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한쪽 가치관에 지나치게 기울어지면, 오히려 미래 세대의 자유와 가능성을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는 오랜 세월 사회 변화를 겪으며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배워왔습니다. 디지털 규제라는 새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편향되지 않은 시선으로 ‘보호와 자유’의 균형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이는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