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8일
#084

— 호주의 실험에서 배우는 것들

“유튜브 안 되면 학교 숙제도 못 해요.”
“쇼츠 없으면 친구들이랑 소통이 끊겨요.”

요즘 청소년들이 하는 말입니다. 우리 세대가 TV나 라디오에 익숙했던 것처럼, 요즘 세대에게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기본적인 생활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호주에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법안을 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로, 그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일찍이 인터넷 환경을 통제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X(구 트위터)와 충돌하면서 폭력적 영상 삭제를 요구했고, 구글과 메타에게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강제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16세 미만은 사용 금지’라는 연령 장벽을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위반 시에는 최고 5,000만 호주 달러(약 454억 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가능한가’입니다. 유튜브 같은 경우, 학생들 90%가 사용하고, 80%의 교사가 수업에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차단하면 오히려 교육적 활용까지 막히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허점이 많습니다. 현재 법안은 “16세 미만은 계정을 만들 수 없다”는 조항만 있을 뿐, 로그인을 하지 않고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우까지 규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는 실제 아동의 접근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장치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호주 정부는 기업들에게 “합리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기준조차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기술로 나이를 판별할 것인지, 우회접속 시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이는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무조건 ‘막는다’는 접근을 택하면, 오히려 음성적인 이용과 기술 우회를 부추기게 됩니다. 반면, 기업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식도 문제입니다.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기술로 막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나서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감정 조절과 시간 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한 해법일 수 있습니다.

또한, 50대 이상 세대가 이 문제를 ‘남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손주 세대가 겪는 변화는 곧 우리 가족의 변화이며, 사회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입니다. 손주가 무엇을 보고,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늘 우리보다 빠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인간입니다. 호주의 실험은 그 방향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무조건적인 차단이 아닌, 공동체적 교육과 신뢰 기반의 디지털 환경 조성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해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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