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7일
#094

–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매년 여름이면 전국 곳곳에서 ‘가족 모임’이 열리곤 했습니다. 외딴 산속에서, 고향 마을에서, 혹은 한 명의 집에서 몇 대가 모여 밤새 웃고 떠들던 풍경은 많은 분들께도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당연하던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워커(Walker) 가족은 50년 넘게 매년 7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캠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텐트에서 자고 모닥불을 피우고, 아침에는 팬케이크, 저녁에는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그들의 전통은 단순한 모임을 넘어 ‘가족이 누구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습니다.

그 전통을 시작한 진저 워커 릴리 씨는 이제 70대입니다. 그녀는 “우리는 지금 이 전통을 다음 세대로 넘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일과 육아에 바쁘고, 거리도 멀며, 모임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체력과 여유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가족이 “가족 모임은 좋은 일이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는 전국 곳곳 혹은 해외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고, 부모 세대는 건강과 이동 문제로 장거리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다 같이 모였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가족 모임은 더욱 ‘필요한’ 일이 됩니다.

복잡한 세상,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연결 고리는 바로 ‘가족’입니다. 사람들은 어릴 적 모닥불 앞에서 마시멜로를 구워 먹던 기억, 할머니의 된장찌개 냄새, 삼촌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삶의 기준과 뿌리를 확인합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이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왔는지,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넘겨줄지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요즘은 꼭 한 장소에 모이지 않아도 됩니다. 비디오 통화로 요리를 함께 만들거나, 가족 사진을 모아 온라인 앨범으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가족은 손자의 생일 파티를 열며 인도계와 미국 문화를 함께 녹여낸 장식을 준비했습니다. 또 다른 가족은 고인이 된 어머니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디지털로 기록합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전통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니어 세대는 가족 역사와 기억의 보관자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 배운 지혜, 조리법, 손맛, 목소리—이 모든 것이 후손에게는 큰 자산이 됩니다. 그것을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고, 함께 나누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예전처럼 큰 잔치를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끼 식사를 함께 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손글씨 편지를 써보는 작은 행동이 우리 가족의 유산을 잇는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을 만큼만” 전통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의 방식이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전통을 지키는 사람’에서 ‘전통을 넘기는 사람’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가족 모임의 방식은 바뀌어도,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의미는 사라져선 안 될 소중한 가치입니다.

“우리는 불꽃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이 말처럼,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 불꽃을 지켜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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