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제품을 사고 반품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반품 없는 반품(Returnless Return)’이라는 흥미로운 정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단순 변심으로 환불을 원할 때, 고객에게 제품을 반품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하면서도 환불은 그대로 처리해주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그럼 기업은 손해 보는 것 아닐까?” 싶지만,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우선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평균적으로 한 건의 반품을 처리하는 데 33달러(약 45,000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금액에는 배송료, 검수, 재포장 또는 폐기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품 없이 환불을 해준다면,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되므로 비용이 크게 절감됩니다. 특히 가격이 낮은 상품일수록 반품을 받아 처리하는 것보다 그냥 고객에게 주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의 진정한 힘은 ‘감정’과 ‘신뢰’에서 나타납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때, 해당 브랜드에 더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한 연구에서는 동일한 티셔츠를 구매한 참가자 중, 단순히 반품을 받아주는 절차를 거친 사람보다 “반품 없이 환불”을 받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더 높이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기업의 ‘선의’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이는 시니어 세대에게도 시사점이 큽니다. 우리 세대는 과거의 ‘무조건 반품’ 혹은 ‘환불 불가’ 정책을 겪으며 자란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이 고객을 얼마나 정중하게 대하는지를 느낄 때, 자연스럽게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재구매 의사도 높아지게 됩니다. 단지 돈을 돌려주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고객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얼마나 쉽게’ 반품 절차가 진행되느냐에 따라 고객의 반응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그룹에게는 제품을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만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사진을 찍어 제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아무런 절차 없이 ‘그냥 갖고 있으라’고 안내받은 그룹이 브랜드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습니다. 시니어 입장에서도 이런 간편함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요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보니, 사진 제출이나 앱 등록 등이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반품 없는 환불’ 정책은 단지 고객 만족도 향상에 그치지 않고,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도 가져옵니다.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해당 브랜드를 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자연스레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한 번 신뢰를 쌓은 브랜드에 대해 오랫동안 충성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런 정책은 시니어 고객 확보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제품에 대해 이런 방식이 통용될 수는 없습니다.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오염 위험이 있는 식품 등의 경우에는 여전히 반품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고, 재판매가 어려운 품목이라면 반품을 받는 것보다 고객에게 환불만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언제나 기업의 대응 태도에 민감합니다. 특히 시니어는 물질적 보상보다는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런 점에서 반품 없이도 환불을 해주는 이런 방식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 고객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유통 전략은 단지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방식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