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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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큰 덩어리를 한 번에 삼키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베어 물고 소화하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삶의 여러 무게를 동시에 짊어지게 됩니다. 젊을 때는 무모한 열정이 추진력이 되기도 하지만, 중년에 이르면 체력, 책임, 건강, 그리고 가족과 사회적 관계까지 한꺼번에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떠맡곤 합니다.

최근 한 미국 칼럼니스트는 치과 발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공유했습니다. 마취가 덜 된 상태에서 치아를 뽑으면서 의사가 했던 말, “곧 끝납니다. 조금만 참으세요”라는 문장이 결국 인생에 대한 은유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그때는 끝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 지나가고, 우리는 버티며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허슬 문화’와 중년의 딜레마

오늘날 사회는 ‘허슬(hustle) 문화’라는 이름으로 더 빨리, 더 많이 성과를 내도록 강요합니다. 기업은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요구하고, 개인은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갑니다. 특히 중년 세대는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습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은퇴 준비,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직장 내 경쟁까지, 50대 이상 세대가 짊어진 무게는 그야말로 ‘삼중, 사중 부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피터의 원리’와 은퇴 준비

경영학에서 말하는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는 누구나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까지 승진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즉, 조직에서 너무 많은 일을 떠맡다 보면 어느 순간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는 뜻이지요. 이는 직장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은퇴 준비를 하면서도 우리는 종종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욕심을 줄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일입니다. 하루하루의 삶을 돌아보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재정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주는 교훈

중년 이후의 삶은 ‘버티기’와 ‘놓아주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참기만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고, 무작정 포기해버리면 성취의 기쁨을 잃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것입니다.

치과 의사의 말처럼, 힘든 시기는 결국 지나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굳이 끝까지 아픔을 감내할 필요가 없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작은 성취에도 만족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오래 서 있기 위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노년, 의미 있는 은퇴, 그리고 만족스러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