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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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두 팔로 안아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욕실로 옮기는 일은 오랫동안 돌봄 현장의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정작 돌보는 사람의 허리와 무릎을 조금씩 무너뜨려 왔다는 사실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요양보호사 가운데 상당수가 60대 이상인 오늘날, 돌보던 이가 먼저 병을 얻어 일을 놓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사연이 아닙니다. 지난 5월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요양 현장에서는 바로 이 오래된 문제에 정면으로 답하려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돌봄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제로 한 인공지능(AI) 돌봄기기 시연회가 그것이며, 그 중심에는 시니어 케어 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케어로보틱스가 있었습니다.

일본 현장에서 길어 올린 ‘들지 않는 돌봄’

이날 시연을 이끈 인물은 케어로보틱스의 황재영 대표이사였습니다. 황 대표는 일본사회사업대학교(日本社会事業大学)에서 노인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로, 치매케어학회 총무이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치매전문교육강사 등을 맡으며 현장과 정책을 잇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의 강점은 초고령사회를 한발 앞서 겪은 일본의 돌봄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우리 현실에 맞게 풀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이날 그가 가장 힘주어 설명한 개념은 노리프팅 케어(No-lifting Care), 곧 ‘들어 올리지 않는 돌봄’이었습니다. 거동이 어려운 시니어를 맨손으로 들어 옮기는 과정에서 돌보는 사람의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쌓이고, 그 결과 근골격계(筋骨格系)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옮길 때 이승보조기기를 활용하면 돌보는 이의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국제적으로도 연구가 축적되어 왔으며,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이 원칙을 제도로 정착시켰다고 황 대표는 전했습니다. 사람의 힘을 기계의 힘으로 대신해,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지 않고도 돌봄을 오래 이어가게 하자는 발상입니다.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일어서는 로봇, 그러나 만능은 아닙니다

이러한 철학을 담아 케어로보틱스가 선보인 것이 스탠딩형 이승보조로봇입니다. 황 대표가 개발에 참여한 이 기기는, 앉은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사용자라면 손잡이를 직접 붙잡지 않더라도 몸에 두른 벨트의 힘으로 안전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손의 힘이 약한 시니어라도 무리 없이 기립을 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황 대표는 어떤 복지기기든 사용자의 몸과 마음 상태에 맞을 때 비로소 제 효과를 낸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스스로 앉기 어려운 와상(臥床) 상태라면 스탠딩형이 아니라 몸 전체를 천으로 감싸 들어 올리는 슬링(Sling)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기기를 무조건 권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에 맞는 도구를 골라야 한다는 신중함은, 기술을 다루는 이가 갖추어야 할 태도를 보여 줍니다. 케어로보틱스는 이러한 기기의 가격 문턱을 낮추는 데에도 힘을 기울여, 한 대에 300만 원 이하를 목표로 삼아 왔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너무 비싸 현장에서 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시니어가 시니어를 돌보는 시대

이러한 시도가 주목받는 까닭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현실에 있습니다. 오늘날 돌봄 현장에서는 시니어가 또 다른 시니어를 돌보는 이른바 노노케어(老老介護)가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중증 수급자를 옮기고 씻기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깊어져 일을 그만두는 요양보호사가 적지 않고, 가정에서도 가족을 돌보던 보호자가 허리 통증을 견디지 못해 끝내 시설로 모실 수밖에 없는 사례가 이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도록 돕는 돌봄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습니다. 이 법은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의 확충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기술의 활용까지 요구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돌봄 종사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 줄 방안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부 장래인구추계에서는 2065년 무렵 전체 인구의 45퍼센트 안팎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돌볼 사람은 줄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느는 흐름 속에서, 기술을 공적 돌봄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원과 요구, 두 바퀴로 굴러야 합니다

기술을 공적 돌봄에 들여오는 일은 두 원칙이 함께 갈 때 비로소 건강해집니다. 하나는 지원(Fördern)입니다. 검증된 보조기기가 현장에 닿도록 가격 부담을 덜고, 장기요양보험 급여 품목에 합리적으로 편입하며, 도입 비용을 적정하게 보태는 일이 그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요구(Fordern)입니다. 좋은 취지만으로 기기를 무분별하게 보급해서는 안 되며, 사용자의 상태에 맞는 도구인지 따지고 사용 전후의 변화를 객관적인 자료로 검증하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반가운 대목은, 이번 시연회가 새 기기를 구경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참여한 관계자들은 직접 기기를 체험한 뒤 가장 적합한 가정을 골라 실제로 사용해 보기로 뜻을 모았고, 주관 기관들은 사용 전후의 변화를 평가표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날 함께 소개된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이 돌보는 사람의 허리를 직접 보호한다면, 스탠딩 이승보조로봇은 들어 올리는 부담 자체를 줄여 줍니다. 보여 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로 효과를 확인하겠다는 실행 중심의 태도야말로, 공공 재원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는 길입니다.

기술은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돌보는 이의 몸을 지켜 그 온기가 더 오래 이어지게 할 수는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온 경험과 지혜가 존중받으려면, 그들을 돌보는 손길 또한 무너지지 않아야 합니다. 서대문에서 시작된 이 작은 걸음이 사람을 지키는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국가 돌봄 정책의 의미 있는 참고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