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미국 카드빚이 우리 시니어에게 건네는 경고

소득이 넉넉하면 빚 걱정에서 자유로울 것이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전해 오는 소식은 그 통념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병원에서 운영 이사로 일하는 마흔두 살 여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녀의 연봉은 19만 4,000달러(약 2억 9,300만 원)에 이르지만, 신용카드 잔액은 1만 5,000달러(약 2,265만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매달 최소 결제 대금은 가까스로 맞추었으나, 연 26%에 달하는 높은 이자 탓에 원금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빚이 쌓이는 과정을 체중이 느는 일에 빗대었습니다. 하루아침이 아니라 조금씩 불어나다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카드빚
이러한 개인의 사정은 거대한 흐름의 한 단면입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잔액 총액은 1조 2,500억 달러(약 1,888조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습니다. 90일 이상 심각하게 연체된 비율도 13.12%까지 올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이래 15년 만의 최고치에 이르렀습니다.
원인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조사를 보면, 신용카드 평균 이자율은 2022년 2월 14.6%에서 올해 2월 21%로 가파르게 뛰었습니다. 여기에 식비와 주거비, 의료비가 한꺼번에 오르면서, 많은 가계가 집과 자동차를 지키고 공공요금부터 내느라 카드 대금 납부를 가장 뒤로 미루게 되었다는 분석입니다.
소득이 높아도 비켜 가지 않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빚의 무게가 저소득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인의 평균 카드빚은 6,500달러에서 6,700달러(약 980만 원에서 1,01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잔액이 1만 달러(약 1,510만 원)를 넘는 이용자의 비율은 지난해 저소득층 지역에서 17%, 중간 소득층 지역에서 20%, 고소득층 지역에서는 25%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넉넉한 동네일수록 오히려 거액의 카드빚을 진 비율이 높았던 셈입니다.
여기에는 최소 결제의 함정이 자리합니다. 매달 청구되는 최소 금액만 갚으면 당장은 버틸 수 있으나, 높은 이자 탓에 원금은 거의 줄지 않습니다. 한 연구자는 이런 방식으로는 카드빚을 영영 청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성실히 갚는데도 빚이 늘어나는 위태로운 돌려막기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빚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입니다
빚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사연들 가운데에는 끊이지 않는 청구서와 추심 전화에 이혼의 아픔까지 겹치며 깊은 정신적 위기에 내몰렸다가, 주변의 도움과 비영리 채무 조정 기관의 손길로 가까스로 다시 일어선 분도 있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마음의 위기로 번지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우리 시니어의 살림에도 닿는 교훈
바다 건너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교훈은 우리 시니어의 살림에 그대로 닿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드 사용과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 일상이 되었고, 은퇴 이후 줄어든 소득에 의료비나 자녀 지원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더해지면 누구라도 빚의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명히 기댈 곳이 있습니다. 빚이 버겁다면 혼자 끙끙 앓기보다 공적 기관의 문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회복위원회는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 기간을 늘리거나 빚을 줄여 주는 채무조정 제도를 무료로 운영합니다. 상담 전화는 국번 없이 1600-5500입니다. 생활자금이 막막하시다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콜센터(국번 없이 1397)도 든든한 길잡이가 됩니다. 다만 이들 기관을 사칭해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은 모두 불법이니, 반드시 공식 창구만 이용하셔야 합니다.
오래된 지혜일수록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분수에 맞는 살림과 절약은 여전히 가장 든든한 방패입니다. 새 카드를 만들어 부담을 미루기보다 지출을 한 곳에 적어 두고, 이자가 가장 높은 빚부터 갚으며, 비상시를 대비한 작은 통장을 따로 두는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동시에, 한 번 발을 헛디뎠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사회의 안전망 또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절제하여 살림을 다잡되 힘에 부칠 때는 마땅한 도움을 떳떳이 청하는 것, 그 균형 위에서 우리 시니어의 노후가 한결 단단해질 것입니다.
마음이 무겁고 힘든 순간을 지나고 계시거나 가까운 분이 그런 상황에 있다면, 24시간 비밀이 보장되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로 언제든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첫걸음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