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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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조 원씩 불어나는 빚,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영국의 국가 부채가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가 지난 6월 14일자로 전한 바에 따르면, 영국의 부채는 하루 6억 5천만 파운드(약 1조 3,260억 원)씩 늘어 오는 9월이면 1조 파운드(약 2,0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좀처럼 풀 수 없는 난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위기를 먼저 겪고도 끝내 이를 극복해 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입니다.

500%의 금리를 견디고 빚을 절반 이하로 줄이다

1990년대 초 스웨덴은 외환위기와 은행위기, 재정위기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경제 붕괴를 겪었습니다. 2021년까지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스테판 잉베스는 모든 문제가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터졌다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한때 500%까지 끌어올려야 했고, 실업률은 11.2%까지 치솟았습니다. 1995년 스웨덴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8.9%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 이르러 이 비율은 35.9%까지 떨어졌습니다(이상 텔레그래프 보도 인용). 같은 기간 영국이 부채를 GDP의 43.5%에서 102.3%로 키운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입니다. 한때 재무장관이 국채를 사 달라며 뉴욕 월가의 젊은 투자자들을 직접 설득하러 다녀야 했던 나라가, 어떻게 이토록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냈을까요.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거품은 걷어 낸 구조 개혁

핵심은 과감한 구조 개혁이었습니다. 스웨덴은 먼저 예산을 짜는 방식부터 바꿨습니다. 종전에는 부처별 지출을 따로 정한 뒤 그것을 모두 더해 예산을 만들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의회가 전체 지출의 총액 한도를 먼저 정하는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1997년에는 경기 순환 주기 동안 공공 예산이 평균 2%의 흑자를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강력한 재정준칙도 세웠습니다.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을 정리하고, 연금 제도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전면 개편했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그 방식입니다. 스웨덴은 복지의 근간인 보편적 공공서비스 자체에는 함부로 손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택 보조금처럼 현금을 나눠 주던 선심성 급여를 정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도움이 절실한 곳은 끝까지 지키되, 스스로 설 수 있는 영역에는 책임을 요구한 것입니다. 독일식 표현을 빌리면 지원(Fördern)과 요구(Fordern)의 균형이라 하겠습니다.

세제 개혁도 단호했습니다. 1992년 자국 통화 가치를 시장에 맡기자 통화 가치는 크게 떨어졌지만, 그만큼 수출에 날개를 달아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약 30%에서 50%대로 뛰어올랐습니다. 2004년에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2007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습니다.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돌아오도록 길을 연 것입니다. 한 스웨덴 경제학자는 자국을 단순한 고복지 국가가 아니라 자본과 투자가 모여드는 나라로 만든 것이 회생의 비결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 결과 1995년 GDP의 10.9%에 이르던 부채 이자 부담은 오늘날 0.7%까지 낮아졌습니다. 빚을 갚는 데 쏟아붓던 돈을, 이제는 국민을 위한 곳에 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스웨덴의 사례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빠른 고령화 속에서 복지와 연금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국가 부채 또한 함께 불어나고 있습니다. 재정준칙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수년째 공전하는 사이, 미래 세대가 짊어질 짐은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영국조차 재정 준칙을 1997년 이후 열 차례나 바꿨다는 사실은, 규칙을 세우는 일보다 그것을 끝까지 지켜 내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스웨덴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확보한 대목은, 국민연금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시니어 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 낸 분들입니다. 나라 곳간이 비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의 힘에 떠밀려 강제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얼마나 쓰라린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스웨덴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시장이나 국제기구가 개혁을 강요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손보는 편이 훨씬 덜 고통스럽다는 것입니다.

물론 복지를 무작정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켜야 할 것은 끝까지 지키되, 감당할 수 없는 빚만큼은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는 것, 그 균형이야말로 절약과 책임이라는 오래된 미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나는 이유입니다. 곳간을 살피며 살림을 꾸려 온 지혜는, 한 시대를 견뎌 온 시니어가 가장 깊이 아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참고 자료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 2026년 6월 14일자 비즈니스 섹션, ‘스웨덴의 청사진이 빚에 잠긴 영국을 구할 수 있다(Swedish blueprint can save Britain from being sunk by debt)’, 멜리사 로포드 기자. 본문은 원문을 직접 인용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재구성·요약하였습니다. 환율은 2026년 6월 기준 1파운드 = 약 2,040원을 적용하였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