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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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만 75세 이상 시니어에게 시내버스를 무료로 연 지 2년 반, 대구정책연구원의 사후 분석에 따르면 무임 카드 제작과 운임 손실로 들어간 920억 원보다 이동권 확대와 혼잡 완화로 생긴 편익이 1,531억 원으로 더 컸고, 그 차이인 순효과가 611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같은 시기 서울시는 정반대로, 65세인 지하철 무임 연령을 70세로 올리고 그 절감분으로 70세 이상의 버스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공청회에 부쳤습니다. 한쪽은 무임을 넓히고 다른 쪽은 좁히는 두 도시의 엇갈린 실험은 결국 한 가지 물음으로 모입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 무임승차는 지킬 약속인가, 다시 설계할 제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완전 무료’는 흔치 않습니다

해외를 보면 일정 연령부터 요금을 전액 면제하는 나라는 의외로 드뭅니다(환율은 2026년 6월 기준). 한국과 가장 닮은 영국조차 무임을 버스로 한정하고 평일 비혼잡 시간대에만 허용하며, 기준 연령을 국가연금 수령 나이에 맞춰 자동으로 올립니다. 지금은 66세, 2028년에는 67세입니다. 미국은 전국 무임 제도가 아예 없이 비혼잡 시간대 절반 요금만 의무화해, 뉴욕은 정상 3달러(약 4,590원)의 절반인 1.50달러(약 2,300원)를 받습니다. 프랑스·독일·북유럽은 소득과 거주지로 대상을 거르거나 ‘무료’ 대신 ‘감면’을 택했습니다. 일본 도쿄의 실버패스(シルバーパス)는 70세 이상에게 소득에 따라 연 1,000엔(약 1만 200원)에서 1만 2,000엔(약 12만 2,000원)을 본인 부담으로 지웁니다. 가장 극적인 곳은 중국 상하이입니다. 2016년 무료 승차를 폐지하고 현금 수당으로 바꾸자,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시행 첫 근무일에 시니어 승객이 80퍼센트 넘게 급감했습니다. 공짜가 유료로 바뀌자 외출 자체가 줄어든 것입니다.

무너진 전제, 그리고 재정의 무게

우리 무임승차는 1984년 만 65세 이상 전액 무료로 굳어진 뒤 40년 넘게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전제가 무너졌습니다. 당시 60대 중반이던 기대수명은 이제 83세를 넘었고,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시니어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의 나이는 평균 71.6세였습니다. 65세를 ‘돌봄이 필요한 노년의 시작’으로 보던 시선이 현실과 어긋난 것입니다. 재정의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수송 손실은 연 4,000억 원대, 누적 적자는 17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책임 소재가 모호합니다. 전국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은 공익서비스비용(PSO)을 연 3,800억 원가량 정부에서 보전받지만, 서울교통공사 같은 도시철도 기관은 같은 손실을 보전받지 못합니다. 이 형평성 문제가 해묵은 갈등의 뿌리입니다. 다만 출퇴근 시간대 시니어 무임 비중은 8.3퍼센트에 그쳐, 무임을 혼잡과 적자의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새겨 둘 만합니다. 연령 상향론이 정부와 학계는 물론 시니어 단체에서도 제기되어 온 화두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일입니다.

숫자에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값’

무임승차를 거두는 일은 단지 요금 수입을 되찾는 일이 아닙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이 고령자를 장기 추적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로 버스 패스를 가진 시니어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고 우울 증상이 적었으며, 신체 활동이 많고 사회적 고립도 덜했습니다. 버스를 한 번 탈 때마다 평균 16분의 신체 활동이 따라온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류장까지 걷고 갈아타는 과정 자체가 곧 운동인 셈입니다. 대구에서도 혼자 외출하는 시니어가 32.5퍼센트에서 65.0퍼센트로 거의 두 배가 되었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택하는 이가 늘어 사고와 혼잡, 환경 부담까지 줄었습니다. 상하이의 80퍼센트 급감은 이 보이지 않는 값이 결코 작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더 많은 외출과 걸음, 덜한 외로움이라는, 요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값이 무임승차에는 분명히 깃들어 있습니다.

한국이 걸어야 할 길 — 폐지가 아닌 정교한 설계

그렇다면 길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전문가들이 꼽는 선택지는 여럿입니다. 연금 연령과 맞물린 단계적 연령 상향, 출퇴근 시간대 이용 제한, 소득 상위 계층 차등 부과, 현금 보조와 교통 바우처, 그리고 도시철도에 대한 공익서비스비용 국비 보전이 그것입니다. 다만 어느 하나도 단독으로는 정답이 아닙니다. 서울연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무임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연간 손실의 25~34퍼센트가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보았지만, 우리 시니어 빈곤율이 2020년 기준 38.9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에 가깝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졸속한 연령 상향은 가장 가난한 시니어부터 길에서 내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릇 책임 있는 사회라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다음 세대에 무한정 떠넘기는 것은 어른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검증된 편익을 지닌 제도를 적자라는 숫자 하나로 졸속 폐기하는 것 또한 경솔한 일입니다. 정답은 이념의 양극단이 아니라 정교한 설계에 있습니다. 평생 사회를 떠받쳐 온 시니어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떳떳한 주체로 존중하되, 여유 있는 계층은 합당한 몫을 나누는 균형, 곧 도움과 책임이 함께 가는 길입니다. 무임승차 논쟁이 세대를 가르는 다툼으로 번지지 않도록, 청년의 부담과 시니어의 복지가 만나는 자리를 사회적 대화로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질서와 안전, 그리고 상식을 지키는 길이라 믿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출처 : 캐어유 뉴스 https://www.careyou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