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쌀과 국수를 넉넉히 먹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채 40년이 지나지 않아 그 풍경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식량을 배급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분류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충분히 먹을 수 있을지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를 더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두터워진 중산층이 자리합니다. 연간 가처분 소득이 1만 5,000달러(약 2,300만 원)를 넘는 중국의 중산층은 어림잡아 5억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의 장바구니가 달라지자, 농장과 식료품점과 식당으로 이어지는 식품 공급망 전체가 새로운 입맛을 따라잡느라 분주합니다. 더 건강하게, 더 안전하게, 더 단순하게 먹고자 하는 바람이 식탁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닮아 가는 식탁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신선하고 깨끗하며 채소와 생선을 앞세우는 이 흐름을 가리켜 식단의 ‘캘리포니아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연어와 블루베리, 아보카도가 그 상징입니다. 2022년 중국 정부가 연어를 건강한 오메가3 공급원으로 권장한 뒤, 한때 최상류층의 음식이던 이 생선은 전국적인 인기 식품으로 올라섰습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orwegian Seafood Council)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의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 되었습니다.
값비싸던 먹거리의 문턱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부드러운 아보카도 한 개와 125그램들이 블루베리 한 팩이 어느새 1달러(약 1,500원) 안팎까지 내렸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블루베리 생산량은 80만 톤을 넘어서며 세계 1위 규모를 기록하였습니다. 기르는 방식도 달라져, 유기농 매출은 10년 사이 세 배 넘게 늘어 2024년 167억 달러(약 25조 6,50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변화의 뿌리에 자리한 불안
이 변화의 바탕에는 풍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식품 안전을 둘러싼 뼈아픈 기억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2008년 멜라민에 오염된 분유로 30만 명이 넘는 영유아가 건강을 해친 사건은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고, 그때 생긴 불신은 지금도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상하이자오퉁대학(上海交通大學)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식품 안전 문제에 여전히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책임을 지방보다 중앙 정부에 묻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늘어나는 비만을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그저 배불리 먹는 단계인 츠더바오(吃得飽)에서 잘 먹는 단계인 츠더하오(吃得好)로 나아가기를 독려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토양과 수질 오염을 떠올리며 국내산 농산물을 정말 유기농이라 믿어도 좋은지 의문을 품는 시선이 있고, 14억 인구의 약 40퍼센트가 음식 배달에 기대는 현실에서 손수 좋은 식재료를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풍요가 곧 건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 거대한 나라의 식탁이 우리에게 일러 줍니다.
먹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은 시니어를 위하여
바다 건너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식탁이 풍요로워질수록 ‘얼마나’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해지는 흐름은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거창한 식단을 새로 짜기보다 평소 익숙한 밥상을 조금씩 다듬는 편이 오래갑니다. 기름지고 짠 음식을 한꺼번에 끊으려 무리하기보다, 등 푸른 생선이나 제철 채소를 한 가지씩 곁들이는 작은 변화가 한결 부담이 적습니다.
값이 부담스럽다면 굳이 수입 연어나 블루베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가까운 바다에서 나는 고등어와 삼치, 시장에서 만나는 제철 나물에도 같은 영양이 넉넉히 담겨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든 출처가 분명한 먹거리를 택하고, 유통기한과 보관 상태를 한 번 더 살피는 습관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됩니다.
풍요는 더 많이 먹을 자유와 함께, 무엇을 먹지 않을지를 가려낼 책임도 함께 안겨 줍니다. 절제와 분별이라는 오래된 지혜야말로, 풍요의 시대에 시니어가 식탁 앞에서 지켜 낼 가장 값진 미덕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출처 : 캐어유 뉴스 https://www.careyou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