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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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배급과 끝없는 정전, 인내의 임계점

세상에는 기다림을 훈련받지 않고도 기다림의 전문가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이 지난 8월 18일 오피니언 면에 실은 마이클 J. 부스타만테 마이애미대학교 교수의 기고문은 오늘날 쿠바 국민들의 처지를 바로 그렇게 요약합니다. 하루치 빵 배급을 기다리고, 초만원 버스를 기다리고, 섬을 떠날 비자를 기다리는 삶입니다. 여기에 하루 한두 시간만 들어오는 전기를 기다리고, 해외 친척이 보내주는 상비약을 기다리는 일이 더해졌습니다.

이 기다림이 서서히 조여오는 질식으로 바뀐 시점을 필자는 두 가지로 짚습니다. 하나는 감염병 대유행이 섬 경제를 깊은 침체로 몰아넣은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 사실상의 석유 봉쇄를 시행한 일입니다. 전력망이 무너지자 냄비를 두드리는 항의, 이른바 카세롤라소(cacerolazo)와 불붙은 쓰레기로 만든 거리 봉쇄가 거의 매일 밤 벌어진다고 합니다. 정부 브리핑 도중 실수로 화면에 노출된 자료에서 당국이 ‘사회적 폭발(estallido social)’을 우려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대목은, 통치자들 스스로 한계를 감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붕괴를 기대하는 시선과 그렇지 않은 현실

일부, 특히 해외 이주 쿠바인 사회에서는 1989년 동유럽 공산 정권의 연쇄 붕괴가 이 섬에서 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필자의 진단은 냉정합니다. 당시 동유럽의 변화는 대중의 불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배 엘리트 내부의 분열과 실질적 지지 기반을 가진 야당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쿠바에서는 강압적 국가기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탄압의 위협이 야당의 힘을 약화시켰으며, 무엇보다 대규모 동원의 자리를 대규모 이민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최대 200만 명이 섬을 떠난 것으로 필자는 전합니다. 분노가 광장으로 모이는 대신 국경 밖으로 흩어진 셈입니다.

바깥에서 변화가 올 가능성도 필자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미국 국무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접촉을 통해 일정한 타협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지도부 교체 요구가 거부되면서 2차 제재,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행되었고 외국 기업들이 철수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경제 자유화 조치나 저명한 정치범 석방도 교착을 풀지 못했습니다. 필자는 군사적 개입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1898년 미군 점령 이후 미국의 이해에 종속된 공화국이 탄생했던 역사를 상기시키며, 개입이 민주주의를 보장하기보다 새로운 종속 질서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합니다.

구조를 보는 눈, 이념보다 살림입니다

여기서 저는 이 글이 좌우의 문제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쿠바의 곤경은 수십 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와 경제 운영의 실패라는 내부 원인, 그리고 외부의 제재라는 외부 원인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어느 한쪽만 지목하는 설명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분명한 것은, 양측이 상대가 먼저 양보하기를 기다리는 밀고 당기기, 스페인어로 티라 이 아플로하(tira y afloja)를 이어가는 동안 그 비용을 온전히 치르는 쪽은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기다릴 여유가 있으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는 필자의 결론은, 정치의 시간과 생활의 시간이 결코 같지 않다는 오래된 진실을 다시 확인해 줍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