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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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다시 광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문해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집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읽기 성취도가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대학생들조차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17일 자 뉴욕타임스 국제판에 실린 피터 슈미트의 기고문은 이 익숙한 비관론에 흥미로운 반론을 제기합니다. 문해력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봉쇄와 소셜 미디어 속에서 성년을 맞은 미국의 젊은 세대가 지금 갈망하는 것은 화면 너머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몸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세계의 관계라는 진단입니다. 함께 읽고, 묻고, 생각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의 낯섦을 마주 보는 일 말입니다. 그리고 책이야말로 그런 만남을 조직하는 데 가장 강력한 매개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입니다.

모임이 된 책, 파티가 된 독서

실제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조용히 각자 책을 읽기 위해 모이는 커뮤니티인 사일런트 북 클럽은 현재 60개국에 2,000개가 넘는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배드 비치 북 클럽이 여는 독서 수련회와 여름 캠프에는 열다섯 명에서 서른 명가량이 주말 내내 함께 머뭅니다. 문학과 요리를 결합한 컨섬션 북클럽은 소설의 세계를 주제가 있는 만찬으로 재현합니다.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열린 앨런 긴즈버그 시 낭독회에는 수백 명이 몰렸습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한 서점 관계자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대체로 내향적인 성향이라, 오히려 서로 통하는 사람을 확인할 공간이 절실하다고 설명합니다.

필자 자신도 지난달 브루클린 강변에서 월트 휘트먼의 시를 밤새워 낭독하는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스물다섯 명이 신청했으나 예순 명 가까이 모였고, 새벽 두 시 무렵 함께 목청껏 소리를 지른 뒤 찾아온 정적 속에서 한 대학 졸업생이 사실 휘트먼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혼자 읽기가 오히려 새로운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짚어둘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오늘날 교육자들이 지키려는 방식, 즉 홀로 조용히 앉아 눈으로만 읽는 묵독은 사실 인류사에서 비교적 늦게 등장한 관행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밀라노 주교 암브로시우스가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눈으로만 책장을 따라가던 장면을 신기한 일처럼 기록했습니다. 그가 굳이 이를 적어둔 것 자체가, 고대 세계의 독서란 글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소리 내어 읽는 공적 행위였음을 말해 줍니다. 헤로도토스는 자신의 역사서를 낭독한 것으로 전해지고, 로마 제국에서 낭송은 유력한 오락이자 토론의 형식이었습니다. 인쇄술의 확산과 문해력의 대중화가 비로소 고독한 묵독을 독서의 표준 이미지로 굳혔을 뿐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주는 시사점

이 대목에서 우리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랑방과 서당, 마을 정자에서 함께 읽고 함께 외우던 기억을 가진 세대가 바로 우리입니다. 지금 미국의 젊은이들이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은, 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물론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인지적 의존이 젊은 세대의 읽기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함께 모여 낭독하는 즐거움이 긴 글을 끝까지 붙들고 씨름하는 훈련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정독과 완독의 규율은 여전히 학교와 가정이 지켜야 할 기본입니다.

다만 그 규율을 지키는 방법이 반드시 고립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역 도서관과 복지관, 종교 시설에서 시니어가 주도하는 낭독 모임을 만들고, 손자녀 세대를 초대해 함께 소리 내어 읽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이는 문해력 회복인 동시에 세대 간 다리를 놓는 일이 됩니다. 젊은 세대의 조바심과 시니어 세대의 축적된 독서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공동체의 언어가 회복됩니다.

책은 정보를 나르는 도구로서의 역할은 줄어들지 몰라도,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는 힘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읽는 일이 다시 광장으로 나오는 이 흐름을, 우리 시니어 세대가 뒷짐 지고 구경할 이유는 없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