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로봇, 새로운 오락이 되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을 가장 크게 웃게 만드는 영상은 따로 있습니다. 두 발로 걷고 뛰도록 설계된 로봇이 벽에 정면으로 부딪히거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 쓰러지는 장면입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로봇 실패 영상’은 순수한 신체적 희극과 더불어 죄책감 없는 고소해함(Schadenfreude), 그리고 ‘아직은 인간이 낫다’는 은근한 우월감을 동시에 안겨주며 새로운 오락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로봇대회가 보여준 두 얼굴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대회는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두 다리로 달리는 로봇들의 트랙 경기에서 일부는 우사인 볼트의 100미터 기록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로봇들은 장벽에 그대로 돌진해 무너지거나, 만화처럼 불꽃을 튀기며 뒤로 자빠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역도 종목에서는 바벨을 놓친 로봇이 얼굴부터 바닥에 넘어지자, 무표정한 진행 요원들이 이를 들것에 실어 나르는 장면이 관중의 폭소를 자아냈다고 전해집니다. 높이뛰기와 권투, 치어리딩까지 선보이며 로봇공학의 비약적 발전을 과시하려던 이 대회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가장 즐겨 찾는 ‘실패 로봇’ 콘텐츠의 산실이 된 셈입니다.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불안
미국 UCLA의 로봇공학 교수이자 로봇 메카트로닉스 연구소(RoMeLa) 소장인 데니스 홍은, 세탁기가 고장 나는 것을 보고 웃는 사람은 없지만 배달 로봇이 부두 아래로 떨어지거나 휴머노이드가 춤 동작 중 고꾸라지는 모습에는 사람들이 단순한 슬랩스틱 이상의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봇을 개선하는 데 매진하는 그 자신조차 남의 로봇이 실패하는 영상을 보며 즐거움을 느낀다고 인정했습니다.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류창류 교수 역시 학생들에게 로봇 실패 영상 모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험을 점검하는 교육 자료로 활용됩니다. 그는 로봇이 무대를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인파 속으로 들어갈 때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하며, 인증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무대를 벗어난 로봇, 커지는 우려
문제는 이러한 실패가 통제된 무대를 벗어나 실제 대중 앞에서 벌어질 때입니다. 로봇을 비교적 저렴하게 제작해 곳곳에 배치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회전 동작을 자랑하던 로봇이 실수로 어린아이를 가격하거나, 사무용 로봇이 갑자기 위협적인 동작을 취해 동료들이 놀라 도망치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과거 로봇이 호기심의 대상이자 미래의 집사로 기대를 모았다면, 이제는 일자리를 빼앗거나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재난 대응처럼 유익한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운 변화라는 것입니다.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로봇의 실패를 보며 웃는 인간의 심리에는, 거대 언어 모델(LLM)과 자동화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가는 데 대한 깊은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웃음은 그 불안을 잠시 잊게 해주는 위안일 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따라서 로봇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예찬하거나 반대로 막연히 경계하는 태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혁신을 지원하되,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로봇을 배치할 때는 엄격한 안전 인증과 책임 기준을 함께 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결국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하며, 그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로봇의 발전도 시니어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게 신뢰받는 진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