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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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중소기업 승계 위기가 던지는 경고

독일 중소기업(Mittelstand)계가 심각한 세대교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Die Wel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중소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현재 경영진이 물러난 이후 가까운 시일 내 혹은 장기적으로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는 자녀 세대의 가업 승계 의지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으며, 거의 비슷한 비율의 응답자가 과도한 관료주의적 규제 부담 또한 문제로 지적하였습니다.

독일재건은행(KfW, Kreditanstalt für Wiederaufbau)이 발표한 ‘2025 중소기업 승계 모니터링’ 보고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줍니다. 2029년 말까지 은퇴를 계획하는 기업가는 56만 9,000명에 이르는 반면, 같은 기간 후계자를 찾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54만 5,000곳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물러나려는 소유주의 수가 이를 이어받으려는 후계자의 수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본(Bonn) 소재 중소기업연구소(IfM, Institut für Mittelstandsforschung)의 분석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승계할 가치가 있는 우량 가족기업 약 18만 6,000개가 세대교체 시기를 맞이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만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계속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직원 인수(20%)나 외부 매각(30%)의 형태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기관별로 구체적인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거대한 승계 공백이 다가오고 있다는 큰 흐름에는 이견이 없는 셈입니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구조적 흐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를 맞이하는 시점에 뒤따르는 세대의 규모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유례없이 큰 규모의 세대교체가 짧은 기간에 몰리고 있습니다. 둘째는 가치관의 변화입니다. 자녀들이 부모의 사업을 잇기보다 자신만의 진로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족 승계 방식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독일 내 창업 활동 자체가 위축되면서 잠재적 인수자의 절대 수가 줄어드는 이중고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연령대별 창업 성향의 차이입니다. 청년층은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반면, 고령의 창업 희망자는 오히려 신규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창업이 기존 기업 인수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창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독일발 보고서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습니다. 한국 역시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중소기업 및 가업 승계 문제가 오랫동안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요건 완화와 지원 확대를 꾸준히 모색해 온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의 반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시니어 경영인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검증된 사업 노하우가 다음 세대에게 매력적인 자산으로 인식되도록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기업 인수는 신규 창업에 비해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숙련된 인력, 안정적인 거래처를 처음부터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 승계는 단순히 소유권이 넘어가는 사무적 절차가 아니라, 한 세대가 쌓아 올린 경험과 신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사회적 자산의 계승 과정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에 걸쳐 축적한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단절시키지 않고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세대 간 대립이 아닌 연대의 관점에서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공감대를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동시에 승계를 받는 다음 세대 역시 전통과 원칙이라는 안전판 위에서 합리적 기준에 따라 책임 있게 그 몫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앞선 세대가 지켜온 질서와 가치가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및 편집자 주]

본 칼럼은 2026년 9월 16일 자 독일 일간지 디벨트(Die Welt) 중소기업(Mittelstand) 섹션 14면에 실린 커스틴 슈비거(Kirsten Schwieger) 기자의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용된 수치는 KfW(독일재건은행)의 ‘2025 중소기업 승계 모니터링’ 및 본(Bonn) 중소기업연구소(IfM)의 예측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원문 발행처의 통계를 그대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