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에 2025년 5월 22일 실린 「The Man Who Knew When to Step Down」(언제 물러나야 할지를 안 사람)이란 제목으로 데이비드 프렌치(David French)가 쓴 의견 기사입니다.
2025년 5월 8일, 미국 언론계에 조용하지만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전 미국 대법관 데이비드 수터(David Souter)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은퇴 결정은 모든 미국인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며, 오늘날의 리더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사례입니다.
수터 대법관은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990년 수터를 대법관으로 지명했고, 그는 2009년에 은퇴했습니다. 당시 나이는 69세였습니다. 생일로 따지자면 아직 70세도 되지 않았던 나이에 물러난 것입니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음에도 그는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법관으로서 고도의 수준에서 업무를 수행하였고, 자신의 판단이나 지적 성실성에 있어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는 사법 철학을 공표하거나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법을 위해 헌신했으며, 사적인 삶도 조용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은퇴 소식은 그다지 큰 뉴스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때 수터의 은퇴는 놀라운 결정처럼 여겨졌습니다. 대법관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도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오히려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입니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평균 은퇴 연령은 80세 이상입니다(2021년 기준으로는 81세). 수터는 그보다 10년 이상 빠르게 은퇴한 셈입니다.
지금 우리는 다시금 은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판사, 정치인, 행정가 등 권한을 가진 많은 이들이 정작 물러날 시점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내려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비되는 인물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81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곧 79세가 됩니다. 상원의 다수당 대표인 척 슈머 역시 이제 70대 후반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민주당 소속 제럴드 코놀리 하원의원이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워싱턴 정가에는 고령 지도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더들이 물러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권력은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전 백악관 보좌관 마이크 도일런(Mike Donilo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도 스스로 헬기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그의 말처럼, 권력을 가진 자가 스스로 권좌를 떠나는 일은 드뭅니다. 게다가 현대 의학과 의료기술 덕분에 지도자들이 훨씬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권력을 더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수터 대법관은 이런 흐름에 반대되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리더가 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정치인들도 본받아야 할 자세입니다.
그의 사례는 정치만이 아니라 기업, 언론, 법조계, 심지어 학계와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직에 머무는 것은 개인의 영광일 수 있으나, 때로는 그 자리를 후배에게 넘기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떠나는 결단에는 용기와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포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여는 선택”입니다.
그 선택은, 오직 본인을 진정으로 아끼고 자긍심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수터 대법관이 남긴 교훈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당신이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다면, 당신은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