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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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벚꽃이 만개하던 봄날, 열차 안에서 들은 젊은 외국인 커플의 대화는 제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일본을 처음 방문했다는 그들은 교토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예 가지 않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교토를 스킵한다’니, 우리가 사랑해온 일본의 전통과 문화가 그들에게는 일종의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최근 일본은 다시금 ‘관광 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듯 몰리면서, 2024년 한 해에만 약 3,7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는 일본의 15세 이하 인구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이른바 ‘재팬 필리아(Japanophilia)’, 즉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사랑이 전 세계를 강타한 것입니다. 영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더 타임스는 2025년 5월 24일, 〈일본에 몰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의 우리 – ‘재팬 필리아’의 명암「The pride and pain of Japanophilia」〉이라는 제목으로 레오 루이스(Leo Lewis)기자가 쓴 기사를 올려드립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늘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교토나 후지산 같은 관광 명소에서는 이미 지나친 인파로 인해 현지인들의 일상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고, 관광객에 대한 반감이 슬며시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이 늘어나는 만큼, 현지인의 생활비와 물가도 동반 상승하면서 ‘내 나라가 낯설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과연 ‘관광’은 모두에게 좋은 일일까요?

한국 역시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기에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인기 있는 계절이면 제주나 전주, 강릉 등의 도시는 주차장조차 부족하고, 주민들은 집 앞 골목에서도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그런데도 관광을 마냥 반대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 지역경제의 생명줄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일본 관광 붐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문화 생태계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입니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인증 명소’는 여행을 기획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이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은 대체로 젊은 세대입니다.

그들이 찾는 일본은 우리가 아는 고요한 다도와 정갈한 사찰의 일본이라기보다는, 화려한 사진 한 장이 잘 나올 수 있는 곳, 즉 ‘체험’보다는 ‘연출’에 가까운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요?

관광의 속도는 빠르지만, 그 속의 문화는 깊어야 합니다. 일본은 이제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사이에서 조화를 모색해야 하듯, 우리 역시 우리의 삶과 공간을 지키며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이 단순한 ‘환대’가 아니라 ‘공존’의 방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각자의 일상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다시 그 커플의 말이 떠오릅니다. “교토는 건너뛰자.”

어쩌면 그들에게는 하나의 선택일 수 있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쉽게 넘길 수 없는 감정의 지점입니다.

여행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군중 속의 셀카가 아니라, 그 땅이 간직한 시간과 사람들입니다.

그 진심이 세계 어느 곳이든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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