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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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品格(ひんかく,힌카쿠; 품격; 일본인이 존경하는 내면의 고결함)

1880년대, 일본의 마지막 봉건 왕조가 무너진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무렵, 한 일본인 사업가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의 은행 시스템을 배우고자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한 영국 은행가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목적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교류가 깊어지는 동안, 그 은행가는 일본의 다도(茶道)에 대해 소개받고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본인 사업가는 일본으로 귀국한 뒤, 감사의 의미로 자사의 비용으로 일본의 다이쿠(大工, だいく, 다이쿠; 목수)를 런던으로 파견하여 영국 친구를 위한 다실(茶室)을 지어주도록 하였습니다. 다이쿠가 영국 은행가의 집을 방문하자, 그는 그가 단순한 목수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 목수는 신사처럼 행동했고, 그의 행동과 태도는 너무나 세심하고 세련되어, 은행가는 그를 일본 상류층의 유복한 인물로 오해하였습니다.

100여 년이 흐른 뒤, 하와이계 미국인 챠드 로완(Chad Rowan)은 일본의 반성스러운 전통 스포츠인 스모에서 ‘아케보노(曙, あけぼの)’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오제키(大関, おおぜき; 챔피언) 등급에 올랐습니다. 곧이어 요코즈나(横綱, よこづな; 대제왕)의 지위로 승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모 협회의 핵심 인사들은 챠드 로완의 승격에 반대하였습니다. 그는 일본 사회가 중시하는 힌카쿠(品格, ひんかく), 즉 ‘품격’을 만족스럽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영어의 ‘Dignity(위엄, 품위)’라는 단어는 일본 문화에서의 ‘힌카쿠(品格, ひんかく)’라는 개념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합니다. 미국 사회, 특히 유럽에 비해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품위 있는 행동’의 기준이 훨씬 넓고, 문화적 성취나 내면적 덕성과는 별개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반면 일본에서의 힌카쿠(品格, ひんかく)는 인격, 정신, 문화적 단정함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한 사람을 평범한 사람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기준이 됩니다.

일본적 맥락에서 힌카쿠는 도덕성과 미덕과 직결됩니다.

‘품격이 높은 사람’(高い品格の人, たかいひんかくのひと,타카이 힌카쿠노 히토),은 겸손하고, 완전히 정직하며, 신뢰할 수 있고, 항상 올바른 행동(일본식 기준에서)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인은 수 세기 동안 ‘힌카쿠(品格, ひんかく)’를 구별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훈련받아 왔으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높은 품격을 요구받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인은 종종 서양인, 특히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일본 기준에서의 힌카쿠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여기며 그들을 경시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외국의 사업가나 정치인이 공식적이지 않은 곳을 제외한 상황에서 ‘힌카쿠(品格, ひんかく)’를 보여주지 못하면 심각한 ‘체면 손실’을 입으며, 일본 문화가 더 우월하다는 일본인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일본인에게 진정성 있고 도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친구, 동맹, 또는 사업 파트너로 받아들여지고자 한다면, 외국인들은 반드시 자신이 충분한 ‘힌카쿠(品格, ひんかく)’를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챠드 로완, 즉 ‘아케보노(曙, あけぼの)’ 이야기의 결말을 말하자면, 그는 1993년 1월 스모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심판들에게 자신의 행동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고, 그 결과 그는 일본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스모 요코즈나로 만장일치로 추대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1959년 당시 황태자였던 아키히토(明仁) 황제가 평민인 쇼다 미치코(正田美智子)와 결혼한 사건과 맞먹는 상징적인 일이었습니다.

만일 일본인과의 교류에 있어서 당신이 ‘힌카쿠(品格, ひんかく)’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우리나라 정서로는 ‘검증된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힌카쿠(品格, ひんかく)’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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