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保証(ほしょう, 호쇼; 보증, Guarantee Document)
일본에서는 문서화된 형태로 보증이나 약속을 명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호쇼(保証)”란 한자 그대로 “보증”을 의미하며, 이는 일반적인 서구 개념의 “계약(contract)”과는 다소 다릅니다.
서구에서는 계약이 법적 효력을 지닌 양측 간의 구속력 있는 약속이라면, 일본의 “호쇼”는 종종 도덕적 약속 또는 명시적 신의의 표현으로 간주됩니다. 이는 말 그대로의 법적 구속력보다는 사회적·문화적 기대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어떠한 거래나 약속이든, 특히 중요한 거래일수록 그것을 문서화하여 “호쇼쇼(保証書)”—즉, 보증서—의 형태로 남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제품 구입 시에도 마찬가지이며, 예를 들어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구입하면 통상적으로 “보증서”가 함께 제공됩니다.
이러한 문화는 또한 고용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일본 기업은 직원 채용 시에도 안정성과 지속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어떤 경우에는 “호쇼인(保証人)”—즉, 보증인—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직원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을 나타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호쇼”는 단순한 문서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신의(信義)와 인간관계, 조직 내 신뢰 체계의 표현입니다. 서구에서 법적 절차와 계약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라면, 일본에서는 “호쇼”를 통해 그 이전 단계에서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새로운 사업체를 시작하려면, 일본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자신의 신뢰성과 책임감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호쇼(保証, hosho, 약속/보증/보장)**의 개념입니다.
일본 문화에서는 **안신칸(安心感, anshinkan, 안도감)**이라는 개념—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신적 안정감—이 비즈니스 관계의 핵심입니다.
호쇼란 곧 이 안신칸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정적 안정성뿐 아니라 인격적 신뢰, 도덕성, 책임감에 대한 ‘증거’를 요구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서류 제출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일본은 공식 조직이나 소속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나 기업을 신뢰하지 않으며, 무명 개인 사업가이든, 일본 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외국 기업이든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은행이나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의 인맥 형성입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사람들은 그를 직접 보기 시작합니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동일한 문제를 겪습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라도 일본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동일한 “보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무시할 경우 대형 외국 기업들도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일본 측은 묻습니다: “証拠しょうこはどこ? (쇼코와도코? 증거는 어디 있는가?)”
누구든 간에, 당신이 신뢰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증거, 즉 호쇼(保証)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본과의 비즈니스 관계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신뢰를 얻는 데는 시간과 자금, 그리고 몇 달에서 수년에 걸친 관계 구축 노력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 규모가 클수록, 참여 기관이 많을수록 보증 절차는 더 길어집니다.
참고로 ‘호쇼(保証)’를 완성하는데 꼭 필요한 ‘도장(印鑑,いんかん,인칸 또는 判子, はんこ,한코) 문화’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겸양 도장(おじぎ印)’입니다. 이는 ‘사양함’, ‘겸양’을 뜻하는 일본어 ‘오지기(おじぎ, お辞儀; 절하다)’에 ‘도장 인(印)’을 합한 ‘겸양 도장(おじぎ印)’인데, 결재 서류의 결재란에 도장을 찍을 때 직급이 낮을수록 도장을 왼쪽으로 기울여 날인하는 방식입니다.
계장은 인감을 거의 90도로 기울여 ‘폴더 인사’하듯 찍습니다. 과장은 45도, 부장은 30도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기울기는 줄어듭니다. 만일 이때, 과장이 꽂꽂하게 바로 세워서 날인할 경우, 최고 날인자의 기분과 행동은 어떻게 표출될까요?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일본인의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