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 숨은 맛, 숨겨진 터치)
일본인은 오랫동안 자신들과 자신들의 문화를 서양인에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들이 자신을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는 점이며, 따라서 동일한 문화 채널에서 소통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 문화의 물리적 측면 중 일부는 매우 미묘하여 눈에 보이지 않기도 하고, 비물질적인 요소들은 대체로 서양인의 경험을 넘어선 난해한 철학과 가치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그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한국이나 중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생활양식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숨은 맛’ 혹은 ‘숨겨진 터치’를 의미합니다.
어떤 일본적인 사물, 관습 또는 신념의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를 식별하려는 시도는 도전과 같습니다. 그래서 ‘숨은’이라는 뜻의 ‘隠し(かくし,가구시; 은)’라는 단어가 사용됩니다. 무언가에 일본적인 풍미를 부여하는 이 특별한 터치는 따뜻한 바람처럼 미묘하고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는 은은한 색의 조합일 수도 있고, 단색 바탕 위에 중심이나 모서리에 살짝 가미된 대조적인 색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대나무, 돌, 물과 같은 자연 소재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동시에 청각적으로 장면을 구성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또한 다다미에서 나는 신선한 향, 피리 소리, 멀리서 울리는 사찰의 종소리, 혹은 곤충의 노랫소리와 같은 향기나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육체적이며 영적인 경험입니다.
隠し味(かくしあじ, 가쿠시아지)는 음식과 그 조리 방식, 또는 음식이 담긴 쟁반, 그릇, 컵, 기타 식기류에도 깃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눈에 보이는 면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일본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구성하는 한자(かんじ, 칸지; 漢字) 문자 또한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훨씬 뛰어넘는 독특한 형이상학적 본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글자는 자체적으로 수 세기를 아우르며 울려 퍼지는 작은 세계이며, 이는 일본 생활에 더욱 깊은 맛을 더합니다.
조화(和, わ, 와) 또한 일본의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무엇이든 일본적인 것의 숨은 맛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완벽한 균형 속에 하나의 전체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불교와 신도(神道, しんとう, 신토우; 신도)는 분명히 일본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의 근원이 되는 사상입니다. 이 둘은 일본인의 정신과 마음을 삶의 미묘함과 우주와의 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감각으로 채웁니다.
과거의 모든 일본 예술가와 장인들은 의식적이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자신들의 작업에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를 불어넣으려 했습니다. 현재 전통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일본 예술가와 장인들 또한 그들의 선조가 가졌던 동일한 미적·정신적 가치를 따르고 있습니다. 현대의 일본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작자들도 역시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비록 서구적 테마로 인해 그 감각이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들은 외국의 많은 동료들보다 특별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물에 隠し味(かくしあじ , 가쿠시아지)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물론 일본만의 고유한 현상은 아닙니다. 모든 문화의 전통 공예에는 고유한 스타일이 있으며, 그러나 일본인만큼 그것을 자각하고 일상생활의 핵심 일부로 삼는 데까지 나아간 민족은 드뭅니다.
1950년대 이전의 모습 그대로 2025년 현재에도 똑같은 복장과 프로그램으로 운동회를 여는 장면이나, 역전 마라톤과 고교야구를 즐기는 모습, 중고등학교 교복과 초등학교 학생의 등에 메인 란도셀이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이 숨겨진 맛의 일부가 아닐까 추측할 뿐, 저는 말로만 듣고, 얘기로만 들었던 일본인들만이 느끼는 ‘숨겨진 맛(가쿠시아지)’을 제대로 꼽거나 설명해낼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합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인임을 다시금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