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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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花木(はなもく, 하나모쿠; 목요일; 목요일은 가장 화려한 하루)

1960년대와 1970년대, 일본인은 흔히 “워커홀릭(workaholics)”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수출물량이 다른 국가의 산업을 위협하며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일본인들은 하루에 10~14시간씩 주 6일 또는 7일 근무했지만, 이 ‘워커홀릭’이라는 명칭은 완전히 정확하지 않았고, 일본인의 일상 행동을 설명하기에는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1953년 여름, 연합국 점령군이 일본의 독립을 회복시킨 지 1년 만에 일본 도시와 마을에는 활기찬 야간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전국 2,000곳이 넘는 온천과 휴양지에는 매일 밤마다 유흥객이 붐볐고, 주말과 휴일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일본 전역의 수백 개 유곽과 수천 개의 마사지숍은 성황을 이루었고, 거의 모든 기업이 연 1회 이상 2~3일 일정의 직원 친목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일본에서 고대로부터 존재하던 전통이었으며, 특히 1603년부터 1868년까지의 에도(도쿠가와) 시대의 평화롭고 비교적 풍요로운 수십 년 동안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1986년 무렵까지 일본 전국 수십만 개의 바(bar), 카바레, 나이트클럽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이 날은 ‘하나킨(花金, はなきん; 우리나라로 말하면 불타는 금요일)’이라 불렸으며, 직역하면 ‘꽃의 금요일’ 혹은 ‘황금의 금요일’입니다. ‘하나(花)’는 꽃, ‘킨(金)’은 금요일의 줄임말입니다.

당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샐러리맨들, 특히 남성들은 주 5일 근무제를 채택하게 되면서 금요일 저녁이면 즐겨 찾는 가게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시내에서 식사하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들은 식음과 함께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오락 중 하나인 마작(麻雀)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주말은 이들 대부분이 숙취, 수면 부족, 피로에서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를 여가와 개인적인 활동에 쓰기 시작하면서 하나킨 문화는 약화되었고, 1987년 무렵부터 ‘하나모쿠(花木, はなもく)’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모쿠(木)’는 목요일을 의미하므로, 하나모쿠는 ‘꽃의 목요일’ 또는 ‘황금의 목요일’을 뜻하며, 이는 많은 샐러리맨들이 금요일 대신 목요일 밤에 외출을 즐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점점 더 많은 일본인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면서 주말에 도시를 벗어나 여행을 가는 것이 국민적 취미로 자리 잡았고, 그 결과 목요일 저녁 외출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하나모쿠는 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 5일 근무제가 일상화된 일본에서 목요일을 축제와 모임, 소비가 많은 요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목요일이 가장 화려한 하루(‘꽃처럼 멋진’)가 되었다는 뉘앙스로 사용됩니다.

TV 방송·여행상품·음반 출시에 목요일을 택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때의 ‘꽃’은 단순히 식물이 아니라 ‘화려함’, ‘기분 좋은 날’, ‘사회적 이벤트의 중심’ 등의 상징적 의미로 쓰입니다

이 시점에서 주말 여가활동의 또 다른 트렌드가 등장했는데, 바로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 일요일 늦은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짧은 해외 여행이었습니다. 주요 목적지는 괌, 대만, 홍콩, 한국이었으며, 이 여행 패키지 대부분은 금요일 밤에 출발해 월요일 아침에는 곧바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도깨비 여행’으로 금요일 퇴근 후 바로 김포 공항으로 향하고, 월요일 아침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회사로 출근하는 프로그램이 성행했습니다. 저도 2005년 전후로 부서 포상 기념으로 ‘상해’와 ‘도쿄’를 같은 방식으로 초단기 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나모쿠(花木, はなもく)’는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목요일 저녁 초대를 거절할 수 없었던 외국인들은 종종 금요일에 숙취로 고생해야 했고, 이는 토요일 숙취보다 더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모쿠(花木, はなもく)’는 숙취 상태에서 금요일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5일제는 토요일은 일을 하지 않지만, 금요일까지는 일을 하는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금요일이 되어서 일을 마치고 쉬는 토요일을 앞두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에 염두를 둔 ‘하나킨(花金, はなきん; 우리나라로 말하면 불타는 금요일)’을 즐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본에선 ‘불타는 금요일’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일본 출장길에 현지 일본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금요일 회식’ 제안을 했다가, 엄청난 눈총과 문화적 괴리감에 ‘목요일’로 날짜를 바꾸었던 적이 있습니다. 부서회식이라는 큰 모임이 잦지도 않은데다가 ‘금요일 저녁’이라는 촉수 금지의 시간에 접근한 저는 두고두고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외국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직 ‘하나모쿠(花木, はなもく)’만이 있을 뿐입니다. 숙취에 빠져서 금요일에 근무하겠다는 것은 내면에 철저히 개인에게 주어진 ‘토요일’을 100% 회사의 영향권에서 멀어져야 겠다는 철저한 계산이 그 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요? 회사와 관련된 숙취 회복의 시간은 회사 근무 시간에 맞추는 태도는 일본인의 속마음이 들여다 보이는 국면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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