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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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腕 (ウデ, うで, 우데, ; 팔뚝 완; Having a Special Skill)

19세기 말 산업화 이전까지 일본은 장인과 예술가가 넘쳐나는 정교한 가내 수공업 경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의 생활양식은 매우 세련되어, 음식을 써는 것, 포장을 하는 것, 거대한 목조건물을 세우는 것까지 모든 일에 탁월한 솜씨를 보였습니다.

또한 각 개인이 어떤 ‘특별한 기술(御家芸, お家芸, 오이게이)’을 하나쯤 익히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특히 남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권장되었고, 누구나 최소한 하나의 단체 놀이에서는 두드러진 솜씨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화적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문적 직업 능력과 사적인 개인 능력에 대한 집착은 19세기 후반 산업경제로 변모할 때에도 살아남았으며, 오히려 일본의 산업화와 100년 후 경제 대국으로의 부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일본인이 가장 흔히 추구하는 개인적 기술은 노래 실력, 특히 ‘カラオケ(からおけ, 가라오케)입니다. ‘가라오케’는 ‘가라(空, 비어 있음)’와 영어 ‘오케스트라(orchestra)’의 첫 음절이 합쳐진 말로, 생연주 대신 녹음된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일본인이 외국어(특히 영어), 사진,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적인 기술을 연마합니다.

일본인은 수 세기 동안 ‘腕 (ウデ, うで, 우데;  팔뚝 완; Having a Special Skill)‘, 문자 그대로는 ‘팔뚝’을 뜻하지만 관용적으로는 ‘능력, 기술’을 의미하는 개념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습관은 일본의 경제 성취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은 겸손과 낮은 자세를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의 우데를 자랑하지 않으며, 뽐내는 기색을 보이지 않기 위해 언제, 어떻게 실력을 보여줄지 매우 신중합니다.

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력·경력·전문성을 강조하는 풍습은 일본인들에게 거슬리기도 합니다. 일본인은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축소해 말하는 경우가 많아, 서양인들이 일본인을 과소평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일본인에게도 자신의 ‘腕 (ウデ, うで, 우데)’를 드러낼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 즉 ‘ウデの見せ所(うでのみせどころ, 우데노 미세도코로; ‘자신의 솜씨를 보여줄 기회)’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퇴근 후 가라오케 모임입니다. 그 외에도 회사 회식에서 노래 부르기, 단체 여행에서의 연극, 체육 행사 참가, 결혼식에서의 유머러스한 축사, 사회자로 활약하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합니다.

사회적 자리 외에도 학회에서 논문 발표, 협상 과정에서 전문성을 드러내는 것도 우데노 미세도코로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협상에서의 우데는 너무 일찍 드러나면 상대방을 경계시키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일본의 협상 전문가들은 미국인처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묵묵히 듣거나 질문만을 던집니다. 실제 전문가는 정식 협상이 끝난 뒤 내부 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협상단은 끝까지 누가 전문가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협상을 마치기도 합니다.

즉, 일본과 협상할 때는 항상 자신의 ‘腕 (ウデ, うで, 우데)‘를 드러내는 것이 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