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1일
9-16-1800

– 一見の客(いちげんのきゃ, 이치겐 노 쿄쿠, 처음 보는 손님, Turning a Blind Eye)

1868년 이전, 일본은 약 270개의 지방 번(藩, fief)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각각은 다이묘(大名, daimyo, ‘큰 이름’이라는 뜻)가 다스렸습니다. 다이묘는 사실상 무장 군벌로서, 번의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에도 막부의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큰 자율권을 행사하며 독립된 주권자처럼 행동하였습니다.

이러한 번들 중 다수는 야마토(大和) 씨족이 약 서기 300년 무렵 천황제를 확립하기 이전에 존재하던 독립적인 씨족 중심 왕국의 후계자들이었습니다. 야마토 씨족은 점차 일본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패권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일본의 번들은 오래된 역사적 독립성뿐 아니라, 지리적 거리, 바다, 험준한 산맥, 다양한 방언 등으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다이묘들은 서로 질투와 적대감이 심해 국경을 철저히 지켰고, 자기 영역의 주민과 외부 방문자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했습니다.

1603년 일본의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막부가 성립하면서, 번 사이의 분열과 여행 통제는 더욱 철저해졌습니다. 새 막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여행 가능한 계층을 제한하고, 모든 여행자에게 공식 통행증을 요구하며, 닌자 요원 등을 고용해 번들을 감시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번들을 분열시키고, 쇼군의 에도성 본거지를 공격할 수 없도록 약화시켰습니다.

이 모든 요인들이 결합되어 일본인은 매우 배타적이고 집단 중심적이 되었으며, 자기 집단 밖 사람들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외모·행동·언어의 작은 차이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정치적·문화적 영향은 오늘날에도 일본인의 태도와 행동 속에서 드러나며, 개인적 관계뿐만 아니라 국내외 비즈니스와 정치적 사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중 하나의 표현이 바로 ‘一見の客(いちげんのきゃ, 이치겐 노 쿄쿠, 처음 보는 손님)’입니다. 이는 “처음 보는 손님”을 의미하며, 일본인이 낯선 사람을 무시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는 경향을 가리킵니다. 본래의 뜻은 그 가게에 처음 방문하는 고객을 말합니다. 특히 단골 손님으로부터의 소개가 아니라 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 가게를 방문한 손님을 가리킵니다. 낯선 손님의 방문과 같이 해석되고, 당연히 소홀히 다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1980년대까지도 일본 기업은 개인적 관계(소개, 다양한 사회적 의례를 통한 유대 관계 형성 등)를 사전에 맺지 않은 고객의 주문을 받지 않거나, 거래처의 공급을 거부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특히 외국 기업과의 접촉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본인은 외국 기업에 대해 본능적으로 더 경계심을 가지며, 거래를 성사시키기 전 훨씬 더 많은 신뢰 구축 과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 기업과 일본 기업 간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서양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일본인의 경험, 기준, 기대는 서양인과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의 성의·정직성·신뢰성·능력을 빠르고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소통도 일본인이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두 배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따라서 ‘一見の客(いちげんのきゃ, 이치겐 노 쿄쿠, 처음 보는 손님)’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 무심하게 대하는 태도는 습성화된 일본인의 속마음입니다. 일본과 일하거나 일본과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외국인이라면 이러한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一見の客(いちげんのきゃ, 이치겐 노 쿄쿠, 처음 보는 손님)’는 단순히 낯선 손님을 무시하는 태도라기보다, 일본 사회의 역사적 고립성과 배타성에서 비롯된 문화적 습성을 상징합니다. 신뢰 관계와 사회적 의례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태도는 현대 국제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일본 시장 진출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중요한 장벽이 되곤 합니다.

일본인과 만나자마자 친구가 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유튜브에서 자랑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아주 특이한 경우이고, 그래서 많은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 뿐입니다. 보통의 일본인들은 그저 ‘一見の客(いちげんのきゃ, 이치겐 노 쿄쿠, 처음 보는 손님)’로 바라보고 무심한 듯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