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意表を突く(いひょうをつく, 이효 오 츠쿠, Springing Surprises)
일본인, 특히 기업인과 관료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전개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들은 인생의 모든 측면을 계획하고 통제하도록 지나치게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일본인들은 일단 시작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도 매우 힘들어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려면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합의 추구의 특성은 일본이 이미 패배가 명백해진 이후에도 2차 세계대전을 1년 이상 더 끌게 만든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일본에는 모순된 행동 패턴이 존재합니다. 자신들은 깜짝 놀라는 일을 싫어하면서도, 의표를 찌르는(意表を突く, いひょうをつく, 이효 오 츠쿠) 즉, 상대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전쟁과 함께 하면서 ‘어찌하던지 이겨야 했던 절박함’이 녹아있는 정서가 아닐까 하는 측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잘 아는 일본인들은, 오히려 이러한 약점을 상대에게 활용하여 이익을 얻고자 합니다. 일본과 거래해본 적 없는 외국인들은 특히 ‘意表(いひょう, 이효) 전략’에 취약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항상 조용하고, 공손하고, 형식적이며, 매우 사업적인 태도로만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협상 초반에는 그렇게 행동하지만, ‘意表を突く(いひょうをつく, 이효 오 츠쿠)’ 전술은 일본식 협상의 가장 오래된 속임수 중 하나로, 일본인들은 이를 매우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대체로 힘이 강한 쪽이 이 전략을 씁니다.
일본 기업인, 외교관, 관료들이 흔히 쓰는 ‘意表(いひょう, 이효)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중에 거의 대부분을 제가 경험한 바 있습니다.
ㆍ 갑작스럽고 이유 없는 협상 철회 선언
ㆍ 합의 직전 새로운 안건을 들고 나옴
ㆍ 상대방의 불성실 또는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갑작스러운 비난
ㆍ 동일한 기술·제품·서비스를 다른 곳에서 절반 가격에 찾았다고 주장
ㆍ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던 정부 기관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발표
ㆍ 협상 테이블에 새로운 인물 투입 후 기존 발표 전체를 다시 하라고 요구
이러한 전술은 2번, 3번 이상 반복되기도 하며, 결국 상대 측의 입장을 “조정”하게 만듭니다.
일본인끼리 협상할 때도 ‘意表(いひょう, 이효) 전략” 가능성을 당연히 염두에 둡니다. 상대가 기습을 던지면, 이는 큰 양보를 요구한다는 신호로 이해하고,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위기 관리 모드로 전환합니다. 놀란 쪽은 통상적으로 깊은 충격과 당혹감을 표출하고, 협상이 원래 안건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회사가 큰 피해를 본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약한 쪽일수록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면 회사 존속 자체가 위태롭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항변은 절제되었으면서도 극적으로 표현되며, 심지어 상대방에게 “제발 우리를 죽이지 말라”고 굽실거리며 애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연극적 장면이 어느 정도 이어진 뒤, 결국 양측이 입장을 조금씩 조정하여 협상을 재개하고 빠르게 결론에 도달합니다.
외국인이 일본의 대기업과 협상할 때는 언제든 ‘意表(いひょう, 이효) 전술’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단순히 양보를 얻어내려는 계산된 기습임이 분명하다면, 준비해둔 대안적 양보 카드를 꺼내 일본 측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비록 그것이 실질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도, 교환을 통해 관계의 상호 균형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