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09일
9-20-1800

– 一匹狼(イッピキ オオカミ, いっぴき おおかみ, 잇삐끼 오오카미, 한 마리 늑대, Japan’s Lone Wolves)

몇 해 동안 일본에 있는 공장으로 출장을 가면 으례 일요일 아침 기차를 50분 정도 타고 이웃 도시 마쓰모토(松本)에 있는 한인교회에 출석했습니다. 마쓰모토는 인구 23만 명 정도의 소도시이지만, 유서 깊은 도시이고 꽤나 아기자기한 면모가 있는 도시입니다. 예배를 마치고 마쓰모토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아이쇼핑(eye-shopping)’하기에 좋은 거리가 있습니다.

어느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그 중에서 특이하게 미국 남서부에서 수입한 카우보이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소규모 체인점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들여 놓았습니다. 주인인 젊은 일본주인은 명함을 주면서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명함에는 일본 이름 대신 “Lone Wolf(외로운 늑대)”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궁금했습니다. 정말 본인의 이름이냐고 묻자, 그는 굳이 어눌한 영어를 써가면서 “그렇다” 하고, 사업상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자신을 “Lone Wolf”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굳이 왜 그런 이름을 썼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일본식 태도와 관습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였으며, 그가 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본적 정체성을 버리고 아직도 대다수 일본인에게는 낯선 존재임을 선언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특이한 이름을 쓰고 지내냐고 묻자, 그는 이미 제가 짐작했어야 할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의 고객은 모두 젊은 세대였으며, 이들 역시 일본인의 인종적·문화적 획일성에서 벗어나고자 남들과 다르게 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더 깊은 맥락이 있습니다. “Lone Wolf”는 일본어로“一匹狼(イッピキ オオカミ,  いっぴき おおかみ, 잇삐끼 오오카미, 한 마리 늑대, Japan’s Lone Wolves)”라고 번역되며, 이는 일본 사회에서 수 세기 동안 특징적이었던 집단주의와 합의 중심적 팀 접근을 완전히 벗어난 사람을 뜻하는 유행어입니다. 흔히 남성을 가리키며, 회사 조직 안에서도 독단적이고 비일본적인 행동으로 유명하거나 악명 높은 사람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런 ‘一匹狼(イッピキ オオカミ,  いっぴき おおかみ, 잇삐끼 오오카미, 한 마리 늑대, Japan’s Lone Wolves)’는 1970년대 초부터 소수 등장했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천 명 규모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기존 체제(Establishment)의 긍정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외로운 늑대들’은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않고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컴퓨터 활용 활동, 그리고 이미지 메이킹이나 혁신적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신사업 분야에서였습니다.

1990년대 초, 일본이 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에서 아직 회복 중이던 시기에는, 전통적인 대기업들조차도 ‘一匹狼(イッピキ オオカミ, いっぴき おおかみ, 잇삐끼 오오카미)’ 전문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신흥 경제 세계에서 개인 주도권의 중요성을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개적인 개인주의 찬양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여전히 강력한 집단주의의 틀에 묶여 있었으며, ‘외로운 늑대’를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보다 용감하거나 때로는 절박한 기업들은 ‘잇삐키 오오카미’를 조직 내부에 그대로 두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별도의 소규모 자회사를 설립해 그들에게 전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초기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들 가운데는, 일본인 ‘외로운 늑대’의 손길이 작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일본 내 유통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외국 기업의 진입을 막던 장벽을 우회하는 새로운 유통망을 창출했습니다. 사실, 외국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일본인 관리자는 어느 정도 ‘외로운 늑대’ 기질을 지니고 있어야 했습니다. 집단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과 에너지에만 의존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외국 기업이 ‘잇삐키 오오카미’를 채용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내부 적응 실패로 밀려난 ‘패배자’와, 스스로의 선택으로 독립의 길을 걷는 진짜 ‘외로운 늑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면접을 보는 ‘잇삐끼 오오카미’를 두고 어찌 ‘부적응자’인지, ‘독립의 길을 걷는 진짜 외로운 늑대’인지 구분하겠습니까? 외국인에게 일본은 참으로 대하기 어려운 곳임은 틀림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