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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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気配り(きくばり, 키쿠바리, 배려와 세심함; Making Everybody Feel Good)

16세기 일본을 처음 방문한 서양인들은 일본인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격렬히 불평하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진실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을 자주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에 머물던 서양인들은 일본인들이 전혀 윤리를 지니지 않았으며, 그 순간에 편리한 것만을 따를 뿐이라고 비판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서양인의 기준에서 본 것이었습니다. 일본적 맥락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옳았고, 서양인들이 잘못 보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일본과 서양의 문화적 접촉에서는 일본 방식의 미묘함과 합리성이 완전히 이해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4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정치와 경제에서 일본-서양 관계를 괴롭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태도와 행동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수많은 문화적 요소들이 있으며, 이들이 서양의 경험과는 여러모로 구별됩니다. 물론 이러한 차이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일본의 전통적 문화적 특성 중 많은 것들은 모든 면에서 우수하며, 서양 문화에서는 축소되거나 아예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気配り(きくばり, 키쿠바리, 배려와 세심함; Making Everybody Feel Good)라는 단어에 담겨 있는 덕목으로, 이는 타인의 감정과 필요에 대해 비범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뜻합니다.

봉건시대 일본의 사회적 태도와 행동은 냉정하고 비인격적인 법률보다는 개인적 관계, 감정, 정서에 더 많이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최고의 도덕성은 개인적 의무를 다하고,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정교한 예절을 정확히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도덕성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말투,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정해진 예법을 철저히 지키는지 여부를 통해 항상 드러났습니다. 모든 일본인은 상황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조건화되었고, 따라서 그들은 정해진 규범에서 벗어나는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무사 계급의 감시 아래 예절의 기준은 점점 더 엄격해졌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은 신속하고 확실하며 때로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조건이 일본인들을 타인에게서도 높은 수준의 기대를 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타인의 감정과 필요에도 똑같이 민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해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気配り 철학의 발전이었습니다. 이는 삶의 실질적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거의 동일한 문화적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래밍되다 보니, 결국 서로의 감정이나 필요를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채널에 접속되어 있었고, 서로의 기대를 자동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대 중 하나가 서양인들에게는 불필요하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일 정도의 ‘서비스 수준’이었습니다.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 창립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 幸之助)는 ‘気配り(きくばり, 키쿠바리, 배려와 세심함; Making Everybody Feel Good)’의 가치와 미덕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그의 규칙 가운데 하나는 고객의 모든 필요와 기대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제품에 어떤 이유로든 불만족한 고객에게는 구매할 때보다 더 큰 배려와 정중함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気配り(きくばり, 키쿠바리, 배려와 세심함; Making Everybody Feel Good)’는 결코 중간에 멈출 수 없는 덕목으로, 고객이 단순히 만족하는 것을 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 気配り(きくばり, 키쿠바리, 배려와 세심함; Making Everybody Feel Good)의 중요성은 문화적 변화와 경제적 요인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気配り(きくばり, 키쿠바리, 배려와 세심함; Making Everybody Feel Good)는 단순한 친절이나 배려를 넘어,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정서적 만족까지 고려하는 깊은 사회적 덕목입니다. 일본 특유의 공동체적 문화와 예법 중심 사회에서 발전한 이 개념은, 상대방의 필요를 언어로 표현하기 전에 이미 파악하고 행동하는 선제적 배려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식 서비스 정신과 기업 경영, 특히 고객 우선주의 철학의 근간이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일본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