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小回りがきく(こまわりがきく, 카마와리 가 키쿠, 관료주의를 우회하다)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던 전성기 동안, 일본인들이 미국 기업에 대해 늘 지적했던 점 중 하나는 고객 서비스의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자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거둔 놀라운 성공과, 반대로 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번번이 실패한 이유를 근본적인 서비스 태도의 차이에서 찾았습니다. 일본은 미국 기업들이 고객의 경험 부족과 순진함을 이용해 불편을 주고, 불만을 무시하며, 문제의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한다고 보았습니다.
일본인의 서비스관은 수세기에 걸친 역사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만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는 헤이안 시대(794–1185)에 형성되기 시작해, 도쿠가와 시대(1603–1868)에는 일종의 ‘의무’이자 때로는 ‘생사’가 걸린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황제, 쇼군, 대신, 지방 영주에서부터 무사에 이르기까지 권력자들은 하인, 가신, 공급자에게 최고의 품질과 무조건적 보증, 그리고 세밀하고 철저한 서비스를 요구했습니다.
근대에 들어와,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마쓰시타 그룹을 50여 년간 이끌던 시기에도 그는 끊임없이 “고객의 불만은 곧 신의 목소리”라며 즉시 기분 좋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객이 설령 틀렸더라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도 봉건 시대나 마쓰시타 시대에 비해 서비스 정신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이 전통적 서비스 정신이 남아 있어 일본 기업들을 특별하게 하고 경쟁 우위를 부여합니다. 일본의 제조업체, 도매업자, 소매업자들은 여전히 직원들에게 こまわりがきく (komawari ga kiku) 철학을 교육합니다.
단어별 의미를 살펴보면, こまわり (komawari)는 ‘작고 날렵한 회전’을 뜻하고, きく (kiku)는 ‘효과가 있다, 작동하다’를 의미합니다. 합쳐서 쓰면, 직원들이 어떤 부서에 속했든 고객 불만을 접수하면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문제 해결까지 책임 있게 관여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불만 사항이 회사의 관료주의적 절차에 묶여 지연되거나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것을 막는 개념입니다.
실제로 불만을 접수한 직원이 직접 해결할 권한은 없을 수도 있지만, komawari ga kiku 정신은 문제 해결이 책임 있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고객이 ‘핑퐁 당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끝까지 관여할 것을 요구합니다.
일본 조직이 극도로 관료적이면서도, 소비자 불만이나 긴급 상황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철학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