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顔が広い(かおがひろい, 카오가 히로이, 얼굴이 넓다, 인맥이 넓다, 교제 폭이 넓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다(It isn’t what you know, but who you know)”라는 오래된 격언은 전통적으로 일본 사회생활의 10계명 중 하나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실 20세기 후반 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뛰어난 두뇌’는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군중 속에서 돋보이는 것은 특히 지적 우월성으로 드러나는 경우 금기시되었기 때문입니다.
비평가 마쓰모토 미치히로(松本健一)의 비유처럼, 일본 사회는 ‘거대한 개미집(anthill)’처럼 개인의 독창적인 발명이나 혁신이 아니라 전체가 균질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작동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재능 있고 탁월한 일본의 음악가·과학자·디자이너 등은 일본 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많은 이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에야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 일본의 ‘개미 같은 집단주의 사고방식’은 점점 압력을 받아 변화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얼굴이 넓다(顔が広い, Kao ga Hiroi)’ 는 높은 IQ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일본의 경제·정치 활동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지식’보다 인맥(personal relations),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정부의 모든 영역에서 강력한 인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 체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얼굴이 넓은 사람(顔が広い人)’—즉 많은 사람을 알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인물—은 회사나 조직에서 매우 귀중한 자산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顔が広いですね(카오가 히로이 데스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큰 칭찬입니다.
| 표현 | 발음 | 문자적 의미 | 비유적 의미 |
|---|---|---|---|
| 顔が利く | 카오가 키쿠 | 얼굴이 통한다 | 영향력이 있다 (‘클라우트가 있다’) |
| 顔が売れている | 카오가 우레테이루 | 얼굴이 잘 팔린다 | 인기가 많다, 인맥이 넓다 |
| 顔がつぶれる | 카오가 추부레루 | 얼굴이 구겨지다 | 체면을 잃다, ‘lose face’ |
| 顔を立てる | 카오오 타테루 | 얼굴을 세우다 | 체면을 세우다, 명예를 지켜주다 |
| 顔を利かす | 카오오 키카스 | 얼굴을 작용하게 하다 |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다 |
| 顔を貸してください | 카오오 카시테쿠다사이 | 얼굴을 빌려주세요 | “영향력을 빌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의미 |
‘얼굴(顔, kao)’은 단순히 외형이 아니라 사회적 평판, 인맥, 명예,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일본에서 ‘얼굴이 있다’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얻었다는 뜻이며, ‘얼굴을 잃는다’는 것은 관계망 속에서 신뢰나 위신을 잃는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얼굴’을 보호하고 ‘팔기(즉, 평판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입니다.
그래서 명함 교환, 인사, 선물 문화 등이 모두 ‘얼굴 관리’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일본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이 ‘얼굴이 없다(no face)’, 즉 아무 인맥이나 연결 고리가 없는 상태로 일본 사회에 접근하면 상당한 불이익을 받습니다.
반면, 전직 대통령, 장관, 유명 교수 등 사회적 지위가 높아 ‘얼굴이 있는’ 외국인은 지식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기업인이라도, 자신이 속한 나라의 유명 인사나 일본 내 저명인사와 연결된 경우, ‘얼굴을 빌려(顔を貸す)’ 일본 시장 진입에 유리한 입장을 가질 수 있습니다.
‘Kao ga Hiroi’는 단순히 사교성이 좋다는 뜻을 넘어, 신뢰, 네트워크, 상호의존의 미학이 공존하는 일본 사회의 근본 원리를 드러냅니다.
이 개념은 현대의 네트워킹 문화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개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이 넓다.’ 라든가 ‘마당발’이라는 의미와도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