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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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한 공공조각 작품이 미국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영국 출신 흑인 작가 토마스 J. 프라이스(Thomas J. Price)가 제작한 이 작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인 여성이 평범한 복장을 하고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을 묘사한 브론즈 조각입니다. 그러나 이 조형물이 설치되자마자 보수 진영과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인종적·정치적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조각의 제목은 ‘별들 속에 뿌리내리다(Grounded in the Stars)’로, 미국의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높이 3.6미터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흑인 여성이 서 있는 일상적인 자세를 형상화하여, 누구나 공공 공간에서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곧바로 보수 진영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제시 워터스는 방송에서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가?”라며 조롱했고, 일부 평론가들은 “뚱뚱하고 익명의 흑인 여성”을 공공장소에 세운 것이 오히려 반감과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라이스 작가는 이에 대해 “이 작품은 특정 인물을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흑인 여성들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상징적인 형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라고 밝히며, “공공 예술은 우리 사회가 누구를 기념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각상 옆에는 “누가 기념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모든 사람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을 볼 권리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조각상이 설치된 장소는 과거 루스벨트 대통령 동상이 철거된 자리로, 미국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기억 전쟁’을 벌여온 공간적 맥락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미술 작품을 둘러싼 반응이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깔린 인종 인식과 공공 공간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를 드러낸다고 분석합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공공미술 전문가 미셸 보그레 교수는 “미국에서 조각상은 언제나 논쟁의 중심입니다. 어떤 기념물이든 정치적이고, 문화적으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프라이스 작가는 “흑인 여성이 공공 공간에서 차지하는 위치 자체가 여전히 불편하게 여겨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문제”라며, 오히려 논란이 작품의 의도를 강화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러 온 브루클린 거주자 일마 블랭크 씨는 “이 조각상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이유 자체가 바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조각상은 올해 말까지 타임스퀘어에 전시될 예정이며, 뉴욕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누가 공공 공간에서 기억되고 기념되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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