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술이 역사 속에서 노동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돌아보며, 이번에는 천재적인 아이들과 더불어 돌봄 종사자들도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평균은 끝났다 (Average Is Over)》는 미국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이 2013년에 발간한 유명한 저서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우리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2017년에 발간되었습니다.
코웬은 ‘기계지능(출간 당시에는 인간지능 AI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이 매우 심오한 영향을 미치며, 노동 시장을 이분화(bifurcation)시킬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저임금 단순직은 더 낮은 위치로, 상위 직책은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중간 수준의 사무직이 자동화로 인해 사라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코웬의 책은 약 10년 전에 출간되었으나, 최근 자료가 그의 예측이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영국 내 학부생, 견습생, 그리고 기타 초급 직무의 채용 공고 수는 Chat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이후 31%나 감소했습니다. 이는 기술의 여파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현재 미국 내 물류창고에서 로봇의 수가 인간 작업자보다 많아졌습니다.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체 인력의 일부를 줄일 예정”이라고 밝히며, 중간 관리자급 사무직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 업계 최상위직에서는 급여가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작문 등의 특정 업무에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초급 및 중간 수준 프로그래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자들은 더 많은 보상을 받으며 생산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은 매우 적은 인원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한 스타트업은 직원 10명으로 연간 1억5천만 파운드(약 2,640억 원)의 매출을 올립니다
예를 들어, 미드저니(Midjourney)는 4명의 공동 창업자와 불과 10명 정도의 직원으로 연간 1억5천만 파운드(약 2,640억 원)를 벌어들입니다. 또 다른 회사인 오픈AI(OpenAI)도 불과 500명 규모지만,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최근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칩과 슈퍼컴퓨터에 대한 투자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사람 간의 관계 형성, 감정적 지능, 그리고 인간 대 인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직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돌봄, 간병, 심리 상담, 노인 및 아동 지원 등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드 호프먼(LinkedIn 창립자) 역시 “인공지능을 잘 다룰 수 있는 인간형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는 “돌봄 종사자와 같은 감정적 직무와 더불어,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시대가 온다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하이브리드 전문가(hybrid professionals)’라는 개념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예컨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 분석과 전략 기획을 동시에 수행하는 마케팅 전문가나, 인공지능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컨설턴트 같은 직종을 말합니다.
코웬은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고 말합니다.
“지능형 기계와 함께 잘 일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 트레이너뿐 아니라, 일상적인 직무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역량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도 이 변화의 끝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ChatGPT도 모르며, 저자도 그 가능성만을 제시할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과거에도 기술의 발전 속에서 새로운 직업을 끊임없이 창출해 왔습니다. 1800년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불 점등사(lamp-lighters)나 철도 점검사로 일했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2000년대에는 수많은 IT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디지털 마케터가 새로 등장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직종이 생겨날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도 불가피한 기술 발전의 흐름이며, 불안정한 과도기 속에서도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우리는 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