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세대에 걸친 점진적 변화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아온 방식과 지금의 사고방식은 미래에도 계속 통용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공지능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세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완만하고 느리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1830년 미국 백악관에서 사용했던 붉은 벽돌 건물이 여전히 백악관 일부로 남아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핸드폰에서 실행되던 앱이 오늘날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앱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떠올려보십시오. 대부분의 대중은 당대의 최신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천천히 확산되고 점진적으로 변화합니다.
오늘날은 전환(transformation)의 시기라고들 합니다.
기술 변화가 너무 빠르고 거대해서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요소마저 바꾸어버리는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하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점진적이고 느린 변화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역사적으로 ‘기술 이론가’들은 일정한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산업혁명, 전기의 보급, 컴퓨터 및 인터넷의 확산 등이 모두 인간사에서 ‘전환의 순간’으로 종종 언급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은 긴 시간에 걸친 점진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후반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발생했으며, 그 속도는 결코 단번에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인쇄기의 보급도 마찬가지입니다.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을 발명한 것은 15세기 중반이지만, 실제로 이 기술이 유럽 전역에 보급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변화는 도래했지만, ‘점진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에도 ‘기술의 확산 속도’는 비용과 리소스, 인간 행동의 관성이라는 요소에 의해 제약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이 도입되더라도 대부분의 기업, 학교, 정부 기관이 이 시스템을 완전히 도입하고 사람들의 습관이 이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전기조차도 보급에 수십 년이 걸렸고, 전자레인지나 인터넷 같은 기술 역시 초기에는 천천히 확산되었습니다.
40세 이상에게는 인공지능 친구라는 개념 자체가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세대 간 기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히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말하는 인공지능 친구’에 대한 개념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면, 이는 단순히 ‘이해력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뇌는 30세를 전후로 고정된 형태의 사고 습관을 갖게 되며, 이후의 새로운 기술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비행기조차도 20세기 중반까지는 위험한 기계처럼 여겨졌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인공지능 전환의 시대’라는 담론은 종종 과장된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들은 인공지능과 관련한 혼란 속에 있지만,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은 천천히, 세대 간 전환의 흐름 속에서 자리 잡아갈 것입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기존 시스템에 대한 관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익숙해질 무렵에는 이미 또 다른 기술이 떠오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두렵게 현재를 만나지 마세요, 혼돈의 시대는 관성(inertia)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