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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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승인을 기다리는 책의 제목은 《그래도 희망은 있어!》 부제는 박옥균 자서전입니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의 부제에도 언급이 되었지만, 저의 어머니의 자서전을 출간하는 일을 진행 중입니다.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대부분 그렇게 흘러갔던 것처럼, 이번 일도 ‘제 목에 방울을 달게 되면서’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 이름을 저자로 출간한 책은 네 권입니다. 책 출간하는 과정을 이제 누구보다 두렵지 않게 이해하고 있지만 이번은 다른 것 같습니다. 출판 업무가 본업은 아니었지만, 컨설팅 업무를 하는 이전 직장에서 다른 분의 책을 출간하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추진했을 때, 수십 권의 책을 출간한 직접 지휘한 경험도 있는지라 절차나 방법을 훤히 알고 있는 제가, 지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자서전을 쓰게 된 것은 어머니의 놀라운 ‘총기(聰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남다른 부분이 워낙 많으셔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계신 스마트폰은 ‘아이폰 맥스’입니다. 블로그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운영 중이십니다. 예를 들어 저희 누군가가 SNS에 글을 올리면,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르시는 분이 바로 어머니이십니다. 이렇게 신문물에 대한 적응력 또한 놀라우신 것을 함께하는 주변인 모두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70대가 되셨을 때, 한동안 시니어 간에 유행했던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하셨고, 온라인 필명 ‘오솔길’로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이신 덕분에 나름대로 이웃도 방문자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도 그리시고,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동양문화사’ 수강생으로 십여 년을 보내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출석하는 교회에 ‘문화교실 한자반’을 여셨습니다. 아마도 블로그 운영을 하시면서 만나게 된 랜선 친구분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지 않으셨을까 싶었습니다. 은퇴 권사님의 적극적 시도에 담임 목사님은 교회 공간을 열어 드릴 수밖에 없으셨을 것입니다. 아주 성실하게 운영하셨기에, 당시에 담임목사님이 주관하시던 ‘성경 강해’ 보다 강의 진행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주변 다른 교회에 다니는 어르신도 다수 참석하셨습니다. ‘동몽선습’과 ‘천자문’을 주임 교사 시절 만드셨던 ‘교안’ 형식에 맞추어 준비하셨고, 직접 작성하신 수강생용 ‘교재’를 만드셔서 일일이 배포하시면서 운영했기에 인기가 높았습니다. 교회에서는 응원하는 차원에서 철마다 야유회를 보내주었던 사진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코로나19가 어머니의 ‘가르침’을 일방적으로 멈추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열릴 것을 고대하면서, 집 앞 마트에서 직접 ‘클리어 파일’을 사다가 아래아한글로 작성한 내용을 한 장씩 한 장씩 출력해서 만드신 새 학기용 수강생 교재 20여 권이 수강생을 만나지 못하고, 책장 옆에 아직도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30여 년을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와 함께 사시던 어머니는 큰 누님 댁으로 여행차 떠나셨습니다. 갑자기 기력이 악화하면서 오랜 기간 입원도 하시고 움직이실 여건이 마땅치 않아 생활 기반을 큰 누님이 계신 곳으로 거의 옮기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로 인해 생활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직장 생활의 큰 흐름이 바뀌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모자간 새로운 자극 요소를 만들려고 궁리하던 차에 ‘어머니 자서전’ 쓰기에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었던 일이었는데 방향이 정해지니 모자지간의 의기투합은 한 순간에 실행으로 옮겨졌습니다.

어머니는 ‘아이폰’의 녹음기를 켜시고, 국민학교 시절 해가 넘어가도록 복도에서 벌을 받았던 얘기부터 꺼내시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육성 녹음 파일은 ‘카카오톡’의 파일 전송 기능으로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저는 그 파일을 틀어 놓고 ‘글’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정리된 ‘글’을 ‘워드’로 작성해서 ‘카카오톡’을 전해 드리게 됩니다. 어머니께서는 ‘워드’로 작성한 ‘1차 원고’를 보시면서, 전화로 ‘내용의 오류, 시간의 재배열’ 등을 말씀하시면서 ‘2차 원고’를 수정 지휘하셨고, 다시 정리된 ‘2차 원고’는 어머니에게 전달되면 한 꼭지가 마무리되는 형식으로 쌓여갔습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녹음 파일은 17개, 2024년 3월 9일 처음을 보내셨고, 4월 30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1권 분량의 녹음 파일 전송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짧게는 2분, 길게는 23분 분량입니다. 이후는 제가 정리하고 ‘출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의 시간이었습니다.

편년체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 택했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사남매’ 카톡방에 2차 원고가 누님들에게 공유되면서, 평가와 의견 등이 가미되었고, 격려의 말씀도 듣게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던 악재가 덮쳤습니다. 제 건강 악화입니다. 누구보다도 건강했던 제가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틀어졌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 자서전 쓰기’는 표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하고 싶고 요행을 바라면서 여러 방법을 찾던 저는 결국 ‘수술’로 건강 회복의 기회를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 자서전 쓰기의 마무리 단계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쓰인 단어는 14,247분량. (2) 권을 예견하는 (1) 권입니다.

책 제목은 지난해 가을 무렵, 어머니와의 통화 중 “내가 생각한 책 제목이 있어” 하시면서 전해주셨고, 표지에 쓰인 사진은 유명 스튜디오에서 찍은 근엄한 사진 대신, 고희를 맞은 다음 해 2006년 10월 3일 어머니 생신날, 저와 막내 손녀와 함께 찾았던 ‘창덕궁의 불로문’ 앞 사진으로 바꾸었습니다.

판형은 ‘신국판(가로 152mm X 세로 225mm 크기)’으로 제가 결정했고, 표지 편집은 제가 신문 편집을 위해 쓰고 ‘캔바(Canva) AI’를 이용했습니다. 크기에 맞도록 제목과 그림을 얹는 작업이라고 생각한 표지 작업은 인쇄라는 절차를 거쳐야 했기에,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수십 권의 출간 작업도 손수 진행한 실무자가 아니었고 오래 전의 일이라 변명을 더 하면서 용어도 가물가물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책등(세네카)’이었습니다. 더구나 책의 분량과 종이에 따라 달라지는 책등의 크기를 정하는 일은 산수 공식에 따른 문제 풀이었습니다. 세네카(책등 두께) 산출 공식 = 페이지 (수) X 용지 그램 (수) X 0.0006= (두께*) mm입니다. 책등 두께를 비롯한 크기의 결정은 인쇄와 접기에 따라서 미세한 간격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일은 제 시력의 한계를 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로 사전에 도면을 짜듯 확대해서 그린 후 그것을 디자인 화면에 올려놓고 표지 디자인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출판 비용과 자연을 아끼자는 취지로 POD 출간을 선택했습니다. POD 방식은 아주 일상적인 주문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중식당에서 짜장면 두 그릇 주문하면, 그 주문에 따라 주방에서는 2인분의 짜장면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어주는 방식과 같습니다. 기존의 출판에서는 미리 수백 권 또는 수천 권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독자가 주문하면 기존에 인쇄한 책을 배송하는 것을 택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 출판 방식의 관행을 깨고, 수요도 예측 불가하고 비용 부담도 줄이는 방식으로 나온 것이 POD(Print-On-Demand, 수요자가 원할 때 인쇄한다) 방식입니다. 대량일시 인쇄가 아니다보니 개별 인쇄비용이 다소 올라가는 단점이 있습니다.

판권 페이지에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어머니의 얘기를 내가 옮겼는데, 저자를 누구로 하는 것이 맞을까? 여러 사례를 확인하고 ‘지은이를 어머니 박옥균, 옮긴이를 저’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저자’를 한 사람으로 등록하라는데, ‘저자’는 누구인가요? 그래서 ‘부제목’을 생각했습니다. 부제목 박옥균 자서전. 이렇게 부제목으로 어떤 분의 책인지 분명히했습니다. 개인이 온라인으로 출판사에 출판 등록을 하려면 처음 겪는 여러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등록뿐만 아니라, 정산과 파일교체, 수정 등 잔일을 누가 해야 하느냐입니다. 앞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제 이름을 저자에 넣기로 했습니다. 인세는 빠짐없이 어머니께 전해드리겠습니다. 표지 이미지를 가로 크기를 1,500px이하로 수정해서 별도로 등록해야하고, 미리보기 파일을 만들기 위해 앞면 표지와 빈 페이지, 본문과 뒷면 표지를 PDF로 묶어 하나로 만들어 등록합니다. ISBN은 출판사가 처리해주기로 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운영하는 POD 출판사인 ‘퍼플’에 ‘파트너’로 가입하고 제작된 책을 등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택해야 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컬러는 흑백이 아닌 ‘컬러’로, 판매유형은 ‘판매용’으로, 표지 재질은 아트지 150g, 아르떼 210g, 아트지 250g 중 ‘스노우 250g’으로, 표지 코팅 방법은 유광이 아닌 ‘무광’으로, 내지 재질은 백색 모조 150g, 백색 모조 80g, 이라이트 80g, 미색 모조 100g, 미색 모조 80g, 스노우 100g 중에서 ‘백색 모조 100g’으로, 제본 방식은 무선, 양장 중 ‘날개’로, 미리보기 동의 여부는 ‘동의’로, 마지막 선택인 판매가는 ‘15,000원’으로 정했습니다. 15,000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이고, 산술 된 낱권 산정 가격이 14,700원이었기에 지체 없이 정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책 출간을 한다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신다면? 아주 좋으니 꼭 해보시라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인터넷 출간의 장점이자, 정말 재미있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모두 자신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지고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분업사회에 살면서 일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일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냈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고, 상상치도 못할 성취감을 얻는 일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마쳤습니다.

출판 승인은 제가 등록한 문서가 출판 형식에 모두 부합하고, 인쇄 출판을 위한 규격에 맞는지를 검토하는 절차입니다. 출판사에서 승인이 이루어지면, 저는 종이로 출력된 책을 보기 위해 바로 주문할 것입니다. 아마도 일주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몇 권이 팔릴 것인지 고민 없이 준비한 책이기에 홀가분할 따름입니다.

출간 완료 말고 더 좋은 일이 있습니다. 바로 (2) 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 (2) 》박옥균 자서전은 기존의 자서전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꾸며보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상상해 보니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저항이 예상됩니다. 새로운 시도는 늘 익숙한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분들에게는 불편을 초래하지만, 인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해 왔기에, 저도 발전에 기여한 새로운 시도의 인류가 되려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 순간, 출판사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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