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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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자히즈(al-Jahiz)는 9세기 바스라(al-Basrah) 출신의 걸출한 학자이자 작가로서, 아랍인의 3,000년 역사에서 아랍 정체성의 정의와 수호, 그리고 언어적 우월성을 이론화한 핵심적인 인물로 논의됩니다. 그는 아랍 제국이 확장되면서 아랍인이 비아랍 문화에 의해 압도당하던 지배(Dominance)와 쇠퇴(Decline)의 경계선에 위치하며 아랍 민족주의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 정체성 수호자 및 이론가로서의 역할

알 자히즈는 아랍 혈통과 문화적 자부심이 도전받던 시기에 아랍 정체성의 핵심 특징을 규정하고 방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 아랍 정체성의 옹호: 그는 아랍인이 자신들의 언어와 기질, 거주지 면에서 모두 통일된 집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아랍어(’arabiyyah)가 아랍 정체성의 가장 일관되고 규정적인 특징(only consistent defining feature)임을 강조했으며, 아랍 정체성의 가장 깊은 기반인 언어를 ‘민족적 천재성(ethnic genius)’이라고 칭송했습니다.
  • 아랍 대 비아랍 (’arab / ’ajam) 논쟁 참여: 알 자히즈는 아랍 문명이 비아랍인들(주로 페르시아인)의 문화적 우월성 주장(슈우비야, Shu’ubiyyah)에 직면했을 때, 아랍 문화적 정체성을 격렬하게 옹호했습니다. 그는 **’arab(아랍인)과 ’ajam(비아랍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통해 아랍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 언어의 우월성 강조: 그는 9세기 당시 이미 오래된 격언을 인용하며 지혜(wisdom)가 “아랍인의 혀(tongues of the Arabs)”에 내려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랍어의 수사학(rhetoric)이 지니는 마법 같은 힘을 역설하며, 아랍인이 ‘논리(logic)’를 언어를 통해 습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비아랍 세계의 비논리적 사고와 대비되는 아랍 정체성의 지적 우위를 확립하려는 시도였습니다.
  • ‘아랍인’의 규정: 그는 (반도) 아랍인이 “서로 하나이며 동일하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거주지와 언어가 하나이며, 윤리적 가치와 타고난 기질이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정치는 결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2. 사회적 배경 및 문학적 기여

알 자히즈는 아랍 문화의 복잡한 융합 과정을 대변하는 인물이었습니다.

  • 비아랍계 혈통: 흥미롭게도 알 자히즈는 바스라 출신의 흑인 노예의 손자였습니다. 그의 혈통은 아랍 정체성이 순수한 혈통이 아닌 문화적 수용과 언어 사용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그가 비록 ‘유전적’ 아랍인은 아니었으나, 아랍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아랍 민족주의를 가장 열렬히 옹호한 인물이 된 것입니다.
  • 산문(Prose)의 대가: 그는 당대 아랍 산문 문학의 거장이었으며, 그의 저술은 풍부하고 다양했습니다.
  • ‘지팡이의 서'(The Book of the Stick): 그는 이 중요한 단행본을 통해 페르시아인 중심의 슈우비야 운동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 책에서 **’지팡이(stick)’**는 아랍 연설가(orator)의 도구이자 통치(power over people)의 상징으로 해석되었으며, **’모아진 단어(gathered word)’**라는 개념의 완벽한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

3. 언어적 민족주의의 기반 공고화

알 자히즈는 아랍인이 정치적 통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할 때(Decline), 언어적 우월성을 통해 문화적 헤게모니를 주장함으로써 이후 수세기 동안 아랍 문화의 연속성을 유지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 기술/정보 시대의 인물: 그는 행정 아랍어화와 종이 혁명(Paper Revolution)으로 촉발된 ‘기록 시대'(‘asr al-tadwin)에 살면서, 언어 과학(linguistic sciences)이 아랍적 사고방식의 근간을 이룬다고 보았습니다.
  • 집단 연대의 강조: 그는 아랍 공동체가 ‘하나의 틀에 부어졌고, 하나의 순간에 주조되었다’고 묘사함으로써, 아랍의 통일성이 언어와 문화적 특성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민족주의는 아랍 제국이 무너진 후에도 아랍어를 문화적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 아랍 정체성의 영속성: 그는 페르시아인들이 건축물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영구히 기록했지만, 아랍인들은 시(詩)를 통해 그들의 기록을 남겼으며, 이는 결국 물리적 기념물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유산이라고 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알 자히즈는 아랍 제국의 전성기(Dominance)가 끝나고 쇠퇴기(Decline)가 시작되던 시점에, 아랍어가 단순한 언어적 유산을 넘어 아랍 문명의 영혼이자 정체성의 유일한 구심점임을 논리적으로 확립한 주요 인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