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축구 감독이 상대 팀과의 결승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비디오를 다 모아놓고 패널티킥을 날리는 선수들을 관찰합니다. 숫자로 나타난 결과는 축구 선수들의 3분의 1은 공을 골대를 중심 중앙으로 차고, 3분의 1은 왼쪽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분석 결과를 초보 골키퍼에게 전달합니다. 주전 골퍼는 부상으로 결승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결승에서 동점을 기록하면서 패널티킥으로 승부를 겨루게 되었습니다.
골키퍼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안타깝게도 2분의 1은 왼쪽으로 몸을 날리고, 나머지 2분의 1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것입니다. 모든 공의 3분의 1은 중앙으로 날아온다는 분석 결과가 있는데도 골기퍼는 중앙에 멈춰 서 있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중에 감독이 골키퍼에게 물었더니, 멍청이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공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기보다는 틀린 방향으로라도 몸을 날리는 편이 훨씬 더 나아보이고 또 심적으로 덜 괴롭기 때문이라고 답했답니다.
비록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도 행동을 보이는 것, 이것을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고 합니다. 행동 편향은 특히 어떤 상황이 새롭거나 불분명할 때 자주 나타납니다. 많은 투자자가 골대 앞에서 3분의 1, 3분의 1, 3분의 1의 확률 표를 들고 키커의 공격을 맞이하는 것처럼, 증권시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상황의 추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때, 일종의 과민 행동에 빠집니다. 증권회사 객장에 들어서면 저가주를 사던, 테마주를 사던 무언가를 사는 것입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이렇게 충고합니다. “투자에서는 행동이 실적과는 무관하다.”
우리의 의지는 왜 행동 편향에 내 이성을 빼앗기는 것일까요? 아마도 오랜 진화의 역사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사냥꾼과 채집가는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이 훨씬 많은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번개처럼 빠른 반응이 생존하는 데 중요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생각하는 것은 치명상이 될 수 있었겠지요.
우리의 선조들은 생계를 위해 들로 나섰다가 맹수와 맞닥뜨리게 되면 가만히 앉아서 전략을 심사숙고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아주 신속하게 도망치고, 빠르게 대처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후손입니다. 그래서 행동 편향은 생각보다 위력이 강합니다. 오늘날의 세상이 아무리 섣불리 행동하기 보다 예리하게 숙고하는 쪽이 더 크고 장기적인 보상을 해준다 해도 인간의 습성은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다림이라는 현명한 선택을 하여 인류와 국가 그리고 사회의 안녕을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린다 해도 아무런 칭송을 받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반면에 결단성을 드러내고 신속하게 행동해 상황이 나아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거나 칭찬을 받습니다. 사회는 의미 있게 기다리기보다는 생각 없더라도 행동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는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러고 나면 더 낫게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기분은 좀 나아지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기분만 빼면 실제 상황은 종종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자주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인간이 행동하는 것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았어도, 상황이 분명하지 않으면 무모한 감행은 금물입니다. 이와 연관되는 심리를 FOMO(Fear Of Missing Out)입니다. 나 혼자 갖고 있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성이 부족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을 말합니다. 공모주 청약을 안 한다고, 가상 화폐가 없다고, 사치품이 종류별도 없다고 당장 행동에 옮기지 말기 바랍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수학자, 과학자, 신학자, 통계학자, 발명가, 작가 겸 철학자 파스칼(Blaise Pascal, 1623년 ~1662년)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지 못하는 데 있다.”고 주의를 준 바 있습니다. 퇴직했는데 사업이나 해볼까 하면서 엉덩이를 들썩이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때 파스칼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때로는 가만히 있는 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