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3일
9-13-1800

– 臍を曲げる(へそをまげる, 헤소 오 마게루; 배꼽을 비틀다; Bending the Bellybutton)

일본인들의 세계에서 위(胃, 배)는 전통적으로 서양인들이 심장에 부여했던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고대부터 일본인들은 심장이 아니라 위가 인간 존재의 중심이라고 믿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일본인들은 위를 중요시했으며, 이를 ‘하라게이(腹芸, はらげい, ‘배의 예술’)라고 불렀습니다.

근대 이전까지 많은 일본 남성들은 겨울철에 위를 감싸 따뜻하게 해주는 ‘하라마키(腹巻, はらまき)’라는 천을 착용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봉건시대 사무라이가 의례적 자결인 ‘하라키리(腹切り, はらきり)’를 행할 때도 그들이 가르는 것은 바로 위(胃)였습니다.

위(胃)가 일본인의 삶에서 이토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기에, 위와 관련된 수많은 속담과 관용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화가 나면 “위가 선다”라는 뜻의 ‘하라 오 타츠(腹を立つ, はらをたつ)’라고 표현합니다.

가장 의미심장하면서도 다소 익살스러운 표현 가운데 하나가 바로 ‘臍を曲げる(へそをまげる, 헤소 오 마게루)’입니다. 위(胃)가 인간 감정의 자리로 여겨졌기에, 배꼽(へそ, heso)에 간섭하는 행위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배꼽을 비틀다”는 것은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일본인은 이러한 감정적 상처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이는 일본인 스스로에게 큰 고통을 안겨왔을 뿐 아니라, 전쟁 시 일본이 가한 피해에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일본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사십칠사(四十七士, しじゅうしちし, The Forty-seven Ronin)” 이야기도 사실은 한 지방 영주의 배꼽이 고위 관리에 의해 비틀린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모욕당한 영주는 분노해 칼을 빼들었으나 체포되어 할복을 명령받고 사망했습니다. 그의 영지가 몰수되자 가신들은 주군을 잃은 ‘로닌(浪人, ろうにん, ‘무사(武士) 신분의 낙오자’)’이 되었고, 결국 복수를 결심했습니다. 1년 뒤 로닌들은 관리의 저택을 습격해 그의 목을 베어 주군의 묘소에 바쳤고, 그 후 자진 항복하여 역시 할복을 명령받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처럼 일본인을 대하거나 관리할 때에는 누군가의 ‘배꼽을 비트는 것’을 철저히 피해야 합니다. 일본인은 감정이 상해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에게는 특히 문제가 됩니다. 일본 기업 내에서는 관리자가 상대의 미묘한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흔히 남성 직원이라면 술집이나 가부키 극장, 여성 직원이라면 다방이나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대화를 나누며 해결책을 찾는 관행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러한 미묘한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 결과, 감정이 상한 직원이 침묵 속에 분노를 쌓다가 결국 사직하거나 보복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는 뒷담화로 평판을 깎아내리는 방식일 수도 있고, 동료들을 규합해 상사에게 집단적으로 맞서는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본인 직원이 외국인 상사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그 상사를 본사로 소환하게 만든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관리자는 ‘臍を曲げる(へそをまげる, 헤소 오 마게루)’의 징후를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직원들과 충분히 돈독한 관계를 맺어 누군가는 반드시 문제를 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속에 있는 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않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불편감에 ‘문화적 차이’로 오해가 될 수 있는 ‘농담이나 유머조차’ 조심해야 하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