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6일
09-15-0600-1024

우리 식탁에는 무엇이 없어지고 있나요?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가 2026년 9월 12일 자 지면을 통해, 영국 주요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고등어 통조림에 더 이상 진짜 고등어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도하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통조림 공급업체인 프린스(Princes)는 원재료를 대서양 고등어에서 칠레전갱이(Chilean jack mackerel)로 바꾸었습니다. 이름은 비슷하게 불리지만 전갱이과(Carangidae)에 속하는 전혀 다른 어종으로, 페루전갱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남미 해역에서 잡힙니다. 테스코(Tesco)와 세인즈버리(Sainsbury’s)가 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리들(Lidl)과 웨이트로즈(Waitrose)를 포함한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신선 고등어 취급을 줄여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웨이트로즈는 지난 4월 남획 우려를 이유로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통조림 제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체가 단순한 상표 문제로 그치지 않는 까닭은 영양 성분의 차이에 있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칠레전갱이는 진짜 고등어에 비해 100그램당 열량이 100킬로칼로리가량 적고, 오메가-3 함량은 절반 수준에 머무릅니다. 소비자들은 가시가 굵어진 점과 금속성 냄새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 고등어 통조림을 찾으시는 이유가 대체로 값이 저렴하고 보관이 쉬우며 등푸른생선의 지방산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결코 사소한 변화가 아닙니다.

바뀐 배경에는 자원 고갈이라는 엄연한 사실이 놓여 있습니다. 국제해양탐사협의회(ICES)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고등어 자원량은 4분의 3이 줄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북동 대서양 어획량을 70퍼센트 이상 감축해야 자원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럼에도 2010년 이후 설정된 어획 쿼터는 과학적 권고치보다 평균 39퍼센트 높았습니다. 영국과 노르웨이, 유럽연합, 러시아,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페로 제도 사이에서 벌어진 이른바 고등어 전쟁이 그 배경이며, 일부 관리 조치가 시행되고는 있으나 단속과 이행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최근에도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이 정한 한계에 인간이 뒤늦게 적응하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업계 자료를 근거로 한 보도에 따르면 칠레전갱이의 도매가격은 대서양 고등어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러 슈퍼마켓에서는 통조림을 이전과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리들과 같은 일부 유통업체는 어종이 다름에도 고등어라는 표지판 아래 전갱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리들 영국 법인은 책임 있게 관리되는 어장에서 수산물을 조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훈제 고등어의 다음 구매 시점 이전에 조달 정책과 과학적 권고 부합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하였습니다.

영국의 소비자 단체 위치(Which?)의 식품 정책 책임자 슈 데이비스(Sue Davies)는 통조림 생선이 주 2회 생선 섭취, 그중 1회는 등푸른생선이라는 권장 기준을 지키는 저렴하고 편리한 수단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제조업체가 이러한 생필품의 품질을 조용히 낮추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소비자가 영양가가 현저히 떨어진 제품에 같은 값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급망 압박과 지속가능성 문제가 실재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배합이나 원재료를 바꿀 때는 소비자에게 완전하고 솔직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그는 강조하였습니다. 비용을 줄이려 원재료를 슬그머니 바꾸는 이른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점차 흔해지고 있으나, 소비자가 집에 가져가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 오래 일한 스튜어트 하퍼(Stewart Harper) 전 노스 대서양 피싱 컴퍼니(North Atlantic Fishing Company) 사장 역시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대담에서, 가까운 바다의 생선 대신 먼 곳에서 실어온 생선을 먹게 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 손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취지로 말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안을 기업을 나무라는 이야기로만 읽지 않습니다. 어족 자원이 줄면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면 대체재를 찾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작동입니다. 어느 기업도 없는 고등어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가 있습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이 같은 정보를 보고 값을 흥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재료가 바뀌었는데 이름과 가격이 그대로라면,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한 이익입니다. 시장을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표시와 공시의 정직성에 더 엄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 역시 상당 부분을 원양과 수입에 기대고 있으며, 통조림과 가공품의 원재료 표기는 뒷면의 작은 글씨에 적혀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통조림 한 통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손쉽게 챙기는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그렇기에 제품 뒷면의 원재료명과 원산지, 100그램당 영양성분을 한 번 더 확인하시는 습관이 결국 가장 확실한 자기 방어가 됩니다. 아울러 우리 관계 당국도 어종명 표기와 가공품 원재료 변경 고지에 관한 기준이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값이 싸진 것도 아니고 몸에 더 이로워진 것도 아닌데 내용물만 조용히 바뀌었다면, 소비자는 마땅히 그 사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정직한 표시는 규제의 부담이 아니라 시장의 자산입니다.

캐어유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