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
10-27-0600#155

요즘 세상은 인공지능(AI)의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이미 낯설지 않고, 투자 시장에서도 AI 기업이라는 세 글자만 붙으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순식간에 몰립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AI 열풍이 25년 전 닷컴 버블 수준”이라고 경고합니다. IMF, 영란은행,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기관 모두가 한목소리로 “거품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의 파도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중 거품(double bubble)’이라는 더 복잡한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기술 자체의 발전과 시장의 기대가 동시에 폭주하는 현상입니다. 기술은 실제보다 훨씬 빨리 평가받고, 투자자는 현실보다 훨씬 낙관적으로 돈을 쏟아붓습니다.

거품은 늘 혁신과 함께 온다

구글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거품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거품이 될지 나쁜 거품이 될지는 이유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술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19세기 철도 산업이 두 번의 거품을 겪고도 결국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었듯이, AI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거품은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입니다. 인류는 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탐욕과 기대를 섞어 가치를 과대평가해 왔습니다. 1990년대 인터넷 붐,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그리고 지금의 인공지능 투자 열풍까지 — 역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속도가 다릅니다. AI 기술의 진화는 사람의 적응 속도를 훨씬 앞질러 가고 있습니다.

AI 투자의 현실 — ‘미래의 금광’인가, ‘거품 속의 신기루’인가

현재 오픈AI(OpenAI)는 한 해에만 85억 달러(약 11조 9,000억 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인공지능 언어 모델과 생성형 알고리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이 정도로 집중된 적은 없었습니다. 팔란티어(Palantir) 같은 데이터 기업은 주가수익비율(PER)이 225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어떤 산업에서도 보기 어려운 수준의 과열입니다.

문제는 이 자금이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같은 핵심 장비는 ‘3년 수명’이라 불릴 만큼 빠르게 구식이 됩니다. 엔비디아(Nvidia) 같은 기업은 이러한 ‘AI 열풍’의 중심에 있지만, 동시에 가장 먼저 냉각기를 맞을 위험도 큽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일반 인공지능(AGI)’이나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가능성이라기보다 철학적 상상에 가깝습니다. AI의 학습과 창의는 여전히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윤리적·법적 한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중 거품’의 본질 — 기술과 기대의 괴리

AI 산업이 안고 있는 위험은 두 가지 층위의 거품입니다.

첫째는 기술 거품, 즉 실제 기술력이 과대평가되는 현상입니다.

둘째는 투자 거품, 즉 투자금이 기술의 현실적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쏟아지는 현상입니다.

이 두 가지 거품이 동시에 팽창할 때 시장은 마치 이중 압력을 받은 풍선처럼 터질 위험을 안게 됩니다. 기술의 진보 속도가 현실 경제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은 순식간에 냉각됩니다.

스티븐 울프럼(Stephen Wolfram)은 “AI는 분명히 의미 있는 기술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기대가 기술보다 먼저 질주할 때 생기는 ‘착시’를 경계하는 경고입니다.

기술의 속도보다 지혜의 속도를 믿어야 한다

AI는 분명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의료, 교통, 에너지, 교육 등 거의 모든 산업이 AI를 통해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합니다. AI 기업이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미래의 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만, 그 기대가 수익으로 전환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이 현상은 단순한 ‘투자 이슈’가 아닙니다.

우리가 평생 쌓아온 자산과 경험을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 “모든 혁신은 거품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시장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확신에 들떠 있지만, 우리는 “AI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람직하게 바꿀 것인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시니어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

‘새로운 것’보다 ‘지속 가능한 것’을 선택하라. 기술은 변하지만 인간의 기본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단기적 유행보다 장기적 안정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소유’보다 ‘이해’를 우선하라.

AI 관련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그 기술이 무엇을 해결하려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 없는 투자는 언제나 위험합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믿어라.

AI는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생의 지혜는 천천히 숙성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느리지만 정확한 판단이 결국 승리합니다.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다

AI의 진보는 인간의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위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지혜와 도덕, 그리고 책임의 영역은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모방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양심과 신중함까지 흉내 낼 수는 없습니다.

오늘의 ‘AI 거품’은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시장은 언제나 ‘더 빠르게, 더 많이’를 외치지만,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깊게, 더 단단하게’를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의 AI 열풍은 인류가 맞이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서막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품은 반드시 터집니다. 다만, 거품이 터진 뒤 남는 것은 허무가 아니라 ‘기술의 진짜 가치’입니다. 닷컴 버블이 사라진 뒤 구글과 아마존이 남았듯이, 이번 AI 버블 뒤에도 진정한 혁신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분별력’입니다.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지혜는 바로 그 분별력의 근원입니다. AI의 속도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인생을 통찰하는 눈은 그보다 더 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투자자들이 AI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숨은 ‘인간의 탐욕’을 먼저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또 한 번의 거품을 피하고, 진정한 혁신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