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로와 점성술이 말해주는 심리적 언어
인생을 오래 살아오신 분들일수록 알고 계십니다. 사람의 마음은 단순히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삶의 큰 결정을 앞두면 누구나 흔들린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은퇴, 건강 변화, 자녀 문제, 부부 관계, 주거 이전, 노후 계획 등 어느 하나 가벼운 선택이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정답’을 찾고 싶어 합니다. 실수를 피하고 싶고,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가 “이 길로 가면 됩니다”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한 에세이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작가는 오랜 심리 치료를 중단하고, 대신 타로·점성술 같은 신비적 상담에 의지하게 된 경험을 소개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녀가 깨달은 것은 의외로, 점성술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을 다시 묻는 법이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그 통찰을 시니어의 삶으로 가져와 보고자 합니다. 신비주의를 권하거나 반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후반부에서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질문’을 통해 삶의 길을 다시 정비할 수 있는지를 성찰해보려 합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타로·점성술에 끌리는가?
30%의 미국 성인이 1년에 한 번 이상 신비적 상담을 이용한다는 사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30%가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타로·점성술·점술가 상담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재미로’ 본다고 답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위기 상황일수록 의존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입니다.
경제 불안, 사회적 단절, 가족 문제, 건강 문제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을수록 사람은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불안에서 비롯된 본능적 행동입니다.
중·장년층과 시니어에게는 이러한 불안 요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작용합니다.
ㆍ은퇴 후 재정 계획 불확실성
ㆍ건강 악화 가능성
ㆍ사회적 관계 축소
ㆍ배우자의 건강 혹은 사별
ㆍ주거 형태 변화의 필요성
이런 문제들은 단순 계산이나 조언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조금 더 큰 틀의 설명’을 찾습니다. 과거에는 종교가 이 역할을 대신한 경우가 많았고, 지금은 그 일부를 타로·점성술·심리학·자기계발 등이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타로가 주는 ‘새로운 언어’: 심리학보다 편안할 때가 있다
심리 치료가 개인의 내면을 분석하여 원인을 찾는 과정이라면, 타로는 상징을 통해 거리감을 확보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아프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달이 물병자리에 있어 나타나는 지적·정서적 거리감” 이라는 타로의 해석은 개인적 상처를 완화시키는 심리적 장치가 됩니다.
시니어에게 이러한 상징적 언어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ㆍ자책을 줄인다
ㆍ자신의 성격이나 선택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낮추어 준다.
ㆍ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ㆍ상징 언어는 동일한 문제를 새로운 구조 속에서 보게 해, 해결 실마리를 찾게 한다.
ㆍ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을 준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타로가 ‘미신이냐 아니냐’는 논쟁과 별개로, 상징적 사고가 마음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집을 사야 할까?”가 아니라 “왜 나는 이 집을 보고 있는가?”
핵심 메시지: 질문을 바꾸면 답도 달라진다
작가는 어느 날 오래되고 큰 저택을 둘러봤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설렘이 일었고, 동시에 큰 결정을 앞두고 불안도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타로 리더에게 점괘를 부탁했습니다.
카드가 건넨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ㆍ‘바보(The Fool)’: 유희·도약·새로운 시도
ㆍ‘힘(Strength)’: 긴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를 신뢰하라는 의미
이 메시지를 남편에게 읽어주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대답은 그게 아니야.” 그 말은 어쩌면 모든 세대가 느끼는 공통의 감정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해답을 원합니다.
하지만 타로가 준 진짜 해답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질문 자체를 잘못 던지고 있었다는 사실. “우리가 이 집을 곧바로 사야 할까?” 가 아니라, “왜 내가 이 집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그녀는 새로운 모험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니어의 삶에서도 이 통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는 종종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ㆍ“왜 이 일을 지금 하려 하는가?”
ㆍ“왜 이곳에서 살고 싶은가?”
ㆍ“왜 이 사람을 다시 만나려 하는가?”
ㆍ“왜 이 계획을 계속 미루고 있는가?”
많은 경우, 인생의 결론은 질문을 바꿀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운명을 가지고 노는 자유: 통제의 착각이 주는 위안
사람은 누구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타로·점성술은 이 심리를 부드럽게 받아줍니다. 운명을 완전히 믿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잠시 ‘운명과 장난칠 자유’를 허락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심리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1) 내 선택에 스스로 책임지게 된다
타로는 실질적 결정을 대신 내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2)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카드는 “오늘 당신이 맡을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묻습니다.
이 질문은 시니어의 삶에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자녀의 부모, 손주의 조부모, 직장의 은퇴자라는 역할을 넘어,
‘지금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삶의 후반부에서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해석의 힘’
시니어의 삶은 해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이미 지나온 길을 새로운 의미로 다시 해석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타로는 고정된 진리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매번 새로운 조합으로 “당신의 해석을 기다리는 여백”을 제공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 후반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ㆍ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는 능력
ㆍ후회로 남긴 사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
ㆍ불확실성을 견디는 능력
ㆍ삶을 더 긴 서사 속에서 바라보는 관점
작가는 말합니다. “오직 하나의 길만 존재했고, 그 길은 내가 걷고 있던 그 길이었다.” 이 문장은 시니어에게 깊은 의미를 남깁니다.
우리는 평생 ‘다른 길이 더 나았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도달하고 나면, 지나온 길을 다시 들여다보며 깨닫게 됩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곧 나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이었다는 사실을.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질문’이다
시니어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나 더 정확한 예측이 아닙니다.
ㆍ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ㆍ내가 어떤 삶을 원하고 있는지,
ㆍ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ㆍ왜 특정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지,
이 “근본 질문”을 다시 묻는 용기입니다.
타로·점성술·심리학·명상 등 우리가 활용하는 모든 도구는 사실 더 나은 질문을 찾기 위한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질문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질문은 어떤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삶의 후반부는 정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온 길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한 장면씩 넘겨가며,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고 있습니다.